문학평론가 유종호씨(이화여대 교수)의 전집(전5권 민음사간)이 출간됐다.

이번 전집은 오는25일 회갑을 맞는 유씨가 39년간 써온 평론들을 모은 것.

1~4권에 그간 발표된 글들을 수록했고 5권에 최근의 평문들을 실었다.

특히 5권 "문학의 즐거움"에는 그의 문학과 언어에 대한 관심의 폭과
깊이를 가늠케하는 비평들로 가득하다.

서정주 정지용 이태준 신경림 정현종 김지하 김승옥 이문구 이문열등의
작품론은 문학적 진실과 삶의 진실 사이를 꿰뚫는 그의 시각을 잘 드러내고
있다.

또 "즐김"으로서의 문학을 옹호하고 고전과 언어에 대한 신뢰를 담고있는
"문학의 즐거움" "우리에게 고전은 무엇인가" "인문주의의 허와 실"등은
전쟁과 산촌등의 소재가 우리문학에서 어떻게 변모되어 왔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브레히트와 하우저등을 예로 들어 사고의 탄력과 균형감각
회복을 주창한 문명비평도 들어있다.

1권 "비순수의 선언"과 2권 "동시대의 시와 진실"에는 비평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구체적인 작품분석이 특유의 유려한 문체로 담겨져
있으며 3권 "사회역사적 상상력", 4권 "문학이란 무엇인가"에도 그의
독특한 비평세계가 스며있다.

유씨는 57년 "문학예술"지에 평론 "불모의 도식""언어의 유곡"으로 등단한
이래 왕성한 활동을 펼쳐 한국문학의 비평장르를 본궤도에 올려놓은 주역
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데뷔한 몇 안되는 평론가 중에서 지금까지 쉼없이 활약하는
"고집스런" 비평가로 불린다.

그의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고전을
꼼꼼하게 정독할 것과 소설이나 시를 즐길 것을 강조한다.

"문학이란 우선 즐기는 것이다.

즐김을 통해 이해하고 이해를 바탕으로 비판하며 이들을 유기적으로
연계시켰을때 비로소 우리는 문학을 소유하고 누리게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창작과 비평이 서로 다른 세계가 아니며 둘을 밀착시켜야 좋은 글이
나온다는 생각에서 앞으로는 시뿐만 아니라 해방직후를 배경으로한 소설도
써볼 참이라고 밝히고 있다.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