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자기자본 조달 지침과 관련, 당장 영향을 받고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전자 LG전자다.

삼성과 현대는 각각 13억달러를 들여 미국에 반도체공장을 건설키로 했으나
정부의 자기자본 조항에 묶여 있는 상태. 현대는 지난 4월 미국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공식 발표했으나 이 조항에 걸려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5개월이 넘도록 시간만 허비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 역시 투자지역등을 확정하고도 정부와의 조율이 걸림돌이 돼 발표도
못하고 있다.

삼성.현대는 이에 따라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한 별도 법인을 설립한 뒤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투입하는 방안등을 제시했으나 정부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호 삼성전자 부회장는 지난달말 홍재형부총리를 만나 이 문제에 대해
협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삼성.현대의 미국 반도체 공장 건설 프로젝트가 정부와의 문제로
주춤거리고 있는 사이에 국내업계의 라이벌인 도시바 NEC등이 잇달아
차세대 반도체공장을 미국에 건설하겠다고 나서자 업계 일각에서는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이 다시 일본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LG전자는 3억5천만달러를 투자해 미제니스사를 인수키로 하고 인수금액중
20%를 자기자본으로 조달키로 했으나 정부의 세부지침이 확정되지 않아
아직 투자승인신청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미AST사 인수와 관련, 자기자본을 20% 투자키로 하고
지난 7월 정부의 승인을 얻었다.

업계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정부가 뚜렷한 방침은 제시하지 않고 원칙만을
강조하고 있어 해외투자의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며 "민간자율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