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감독들의 야심작 3편이 잇따라 개봉된다.

구임서 감독의 데뷔작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예영프로덕션)가
30일 공개되고 오병철 감독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오병철
프로덕션), 신예 허동우 감독의 "꼬리치는 남자"(기획시대)가 10월7일
함께 선보이는 것.

3편 모두 젊은 감독들의 개성이 짙게 배어있어 하반기 한국영화의
흥행기상도를 밝게 하고있다.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는 로맨틱 코미디와 사회풍자를 반반씩
담고있다.

이병헌의 스크린 데뷔작. 제약회사 세일즈맨 종두(이병헌)는 남보다
능력이 없거나 불성실한것도 아닌데 왜 자기에게만 달갑잖은 일이
생기느냐고 푸념한다.

이른바 머피의 법칙이다.

갑자기 종두의 아파트로 짐을 싸들고 들어온 애인 주영(최진실)이
팀장으로 승진해 한 사무실에서 일하게 되자 종두의 머리는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그러다 예비군훈련중 총을 갖고 도시로 진입한 그는 호프집에서
술파티를 벌이던 회사동료들을 인질로 잡고 "나를 미치게 한" 세상에
대해 총부리를 겨눈다.

최종원 조선묵 김일우등 조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세 여자의 자아찾기를 다룬 여성영화.
인기작가 공지영씨가 자신의 원작을 각색했고 남편인 오병철감독이
연출을 맡아 "부부가 만든 영화"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강수연 심혜진 이미연의 자존심을 건 연기경쟁이 볼만하다.

극중에서 대학동창인 이들은 결혼으로 인해 서로 다른 인생을 시작한다.

작가 혜완(강수연)은 불의의 사고로 아이를 잃고 이혼한뒤 홀로서기를
시도하지만 끊임없이 남자에게 기대고 싶어하는 자신의 이중성때문에
괴로워한다.

아나운서인 경혜(심혜진)는 의사 남편과 풍요로운 생활을 즐기는
현대적 여성. 남편의 바람끼에 자신도 외도로써 맞대응한다.

반면 불행한 결혼생활로 괴로워하는 영선(이미연)은 남편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상실감에 빠져 끝내 자살하고 만다.

영화는 영선의 인생을 가운데 놓고 두 여자의 시각을 대칭시키거나
한곳으로 집중시키며 전개된다.

짜임새있는 연출과 여성의 삶에 대한 객관적 접근이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

"꼬리치는 남자"는 강아지를 등장시킨 이색영화. 한 바람둥이 맹인남자
(박중훈)가 교통사고로 정신을 잃고 강아지로 변신, 여자들의 은밀한
세계를 훔쳐본다.

그는 사고를 당하기 전에 사랑했던 향기의 여인을 만나 그녀와 함께
목욕하고 같이 잠들며 화장실에도 따라간다.

섹시한 나레이터 모델 영은(김지호), 경아(이혜영)와 함께 즐거운
생활을 하던 그는 어느날 자신의 몸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기막힌 해프닝이 이어진다.

박중훈의 코믹연기와 강아지 "빙고"의 익살스런 행동이 배꼽을 쥐게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