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국은행에 대한 재정경제위 감사에서 여야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지폐유출사고등을 거론, 한국은행의 자기반성이 미흡하다고 세차게 질책하고
재발방지책마련을 촉구했다.

의원들은 그러나 이같은 사건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되어서는
안된다며 한은 임직원들의 분발을 당부하면서 이경식총재의 중앙은행독립에
대한 "미지근한" 태도를 질책했다.

김덕룡의원은 "통화신용질서의 확립은 국가존립과 직결되는 중대사안인데도
중앙은행에서의 화폐유출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축소에만 급급했다"며
"한은이 자기개혁을 꾀하기 위해서는 기능중복으로 비대해지고 책임한계의
모호로 허점투성이인 조직을 정비하고 서열중심의 인사관행을 개선하라"고
촉구.

제정구의원은 지폐유출사고가 중앙은행 독립성문제와는 별개라며 "이번
사고를 빌미로 한은독립성에 대한 어떤 후퇴의 조짐도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고 지적.

제의원은 "한은독립의 핵심은 통화관리정책에 있어서의 불가침성이며 집권
세력으로부터의 중립에 있다"며 "재정경제원과 한은간의 소모적인 알력이
국가경제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

임춘원의원은 지폐절취사고와 같은 중대한 사안을 사고발생 10일정도가
지난뒤에 금통위간담회에서 처리한 것은 금통위의사관리규정을 위반한
명백한 직무유기"라면서 "이는 금통위원들도 축소.은폐에 묵시적으로 함께한
것으로 당시 금통위원들은 마땅히 사퇴해야 한다"고 지적.

나오연의원은 "지폐유출사고로 중앙은행에 대한 사상 최초의 압수수색영장
발부까지 초래했한 중대 사건이었음에도 한은은 대국민사과문에서 은폐.
축소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도 않고 재발방지 의지도 보이지 않는등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고 질책.

나의원은 "정부는 지난 2월 서둘러 한은법개정안을 제출한뒤 원안 또는
수정통과등과 관련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지폐유출사건이
터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은업무에 대한 통제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등
법개정안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총재의 이에대한 견해를 밝히라고
요구.

류준상의원은 "복지부동, 책임회피 일변도의 업무자세 때문에 한국은행도
개혁대상이라는 여론이 많은데 총재의 견해를 밝히라"고 요구.

류의원은 "이경식총재의 취임으로 한은독립은 물건너 갔다고들 하는데 선배
한은총재 6인이 한은독립에 찬성했는데 이총재는 후배로서 한은역사에 오명
을 남기려는가"고 질의.

<박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