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자동차협상이 지난 21일(워싱턴 현지시간)로 사실상 끝났음에도 양측이
타결이냐 아니면 결렬이냐에 대한 공식발표를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관심이 쏠려 있다.

이와관련, 통상산업부는 타결가능성이 높다는 낙관자세지만 타결여부에
대한 현지발표는 전혀 없는 상태다.

일단 주말에는 서로의 입장조정을 위한 회의가 없다는 설명뿐이다.

그간의 협상결과를 종합하면 한국측이 던진 자동차세의 개선과 방송광고
배정제도의 개선에 대해 미무역대표부(USTR)가 자국의 자동차업계를 설득
시키는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번 협상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보면 대강 유추할수 있다.

한미간의 회담은 미국자동차공업협회가 USTR에 한국자동차시장의 폐쇄성을
지적하는 의견서를 내면서부터 비롯됐다.

미국자동차업계는 한국의 자동차세 누진구조를 단일세율로 고치라고 주장해
왔다.

2천5백cc초과 차량부터 자동차세가 급격히 높아지는 세율체계를 단일세율로
개선함으로써 자국의 대형차를 많이 팔겠다는 의도에서다.

문제는 한국측이 단일세율로 고치는 것은 "절대 불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명백한 조세주권주의의 침해라는 비난을 배경으로 깔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이 미국측의 요구를 완전히 외면할수도 없어 2천5백cc 초과
차량의 자동차세를 내림으로써 누진구조를 다소나마 개선하겠다는 최종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대해 USTR자체는 어느정도 신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것마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협상자체가 깨져 한국못지않은 부담을
안을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행정부가 누진구조 개선만으로 애당초 문제를 제기한 자동차업계
를 설득시키는데 애를 먹고 있고 결과적으로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
이라는 분석이다.

통산부는 이와관련,"협상이 깨질 경우 양국 모두 부담을 안게 되는데다
미국으로선 애써 끌어낸 다른 양보사항마저 물거품이 될수있어 슈퍼 301조에
의한 우선협상대상국관행(PFCP)지정으로까지 가지는 않고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행정부의 "업계설득"이라는 마지막 단계만 남아있다는 얘기가 된다.

자동차세와 함께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방송광고배정제도의 개선이다.

미국이 제동을 걸고있는 것은 이른바 인기시간대에 기존 광고물을 우선하는
고정물제도의 폐지다.

정부도 10월부터 고정물제도를 철폐키로 했다.

그러나 고정물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광고물량을 3개월단위로 나눠 사회
공익성광고-신규청약광고-무거래광고-일반광고순에 의해 시간배정을 한다는
계획이다.

또 이작업은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하게 된다.

이와관련, 미국측은 한국이 10월부터 시행하려는 광고물량의 배정기준을
아예 폐지하고 한국방송광고공사가 광고배정을 독점하는 것도 개선하길
바라고 있다.

통상관계자들은 미국측의 이같은 요구는 세계무역기구(WTO)규정에 비추어
보면 타당하다고 말한다.

이에따라 이부분에 대해서는 한국대표단의 입지가 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측이 안된다던 자동차세의 부분적인 인하까지 양보한 것도 이같은
약점때문으로 해석된다.

< 고광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