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은행지점장들은 요즘 골치가 아프다.

본점에서 목표를 주고 "못지키면 혼내준다"고 닥달해서가 아니다.

지점에 부여되는 수신목표란건 전혀 없다.

그냥 지점장들이 알아서 목표를 세우고 달성할 뿐이다.

그런데도 지점장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건 "알아서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알아서 하라"는 자율이 "얼마를 하라"는 타율보다 더 어렵다는 걸
체감하고 있어 열심히 뛸수 밖에 없다는게 한일은행지점장들의 얘기다.

이같은 변화는 이관우행장이 취임하면서부터 일어났다.

이행장의 경영방침은 "자율경영"으로 요약된다.

한마디로 "목표를 세우는 것도,그것을 추진하는 것도,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도 일선 점포장과 부서장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이행장의 이런 경영방침은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구성원들 사이에 "한번 해보자"라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조직분위기도 이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이행장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8일 "제2회 대한민국 기업문화상
개인부문 최우수상(국무총리표창)"을 수상했다.

금융계에 새바람을 몰고온 이행장의 자율경영은 "자율경영 3.3.4운동"에
함축돼 있다.

"우리은행의 현실적 위상을 솔직히 인정하고 전직원이 토론을 통한
문제를 제기,그에 대한 해결방법을 함께 모색하고 함께 실천하자는게
"자율경영"의 출발점이다"는게 이행장의 설명이다.

"3.3.4운동"이란 <>3대 혁신기초 <>3대 고객만족 <>4대실천운동의
줄임말이다.

이행장은 ""최고의 질,최고의 기술,최고의 활기"를 은행혁신을 기초요소로
삼았다"고 말한다.

아울러 "직원만족 고객만족 주주만족을 꾀하는데 중점을 둬왔다"고
덧붙인다.

구체적인 4대 실천운동인 "<>선배모시기 <>거래기업과의 파트너십형성
<>끝내는 시간지키기 <>이웃사랑나누기"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퇴직직원 모임인 한일구락부에 점심을 제공하고 임원들이 지점장들에게
식사를 배식하는 파격을 꾀했으며 거래 중소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
경영에 적극 반영했습니다. 경영진이 먼저 나설테니 모두 한번 해보자는
의지표명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것 같습니다"

"기업문화상을 받은 다음날 서울지역점포장과 점심을 함께 하며 공로를
지점장들에게 돌렸다"는 이행장은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자율경영의
출발점이자 최종 목표"라고 거듭 강조한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