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일제히 방송시간 부분연장에 들어간 방송3사가 그 시간대에
걸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않고 졸속 편성으로만 일관, 시청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방송사들은 공보처의 방송시간 연장계획에 따라 "국제화에 부응하는
프로그램", "시청자에 다가가는 프로그램"을 내세우며 가을개편부터
1시간30분씩 방송시간을 늘렸으나 대부분 토크쇼나 외화프로그램으로
"땜질"하고 있는 것.

KBS2TV의 경우 심야시간대에는 "토크쇼 회전목마"(월 밤12시)등
쇼프로그램과 "특선미니시리즈"(화 밤12시)같은 외화프로그램만을 편성,
시간 메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밤과 음악사이"(수.목 밤11시)의 경우 4일 개편때 방송시간을
50분에서 100분간 연장한다고 발표했으나 종전대로 방송하고 있어
내부에서조차 정책혼선을 빚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MBCTV도 수요일 밤11시에 시작하는 "심야극장"을 12시45분까지
방영하는 등 주로 손쉽게 제작할수 있는 외화.스포츠물로 연장시간을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SBSTV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상태. 신변잡기 중심의 토크쇼나
스포츠.외국드라마등이 심야시간대를 더욱 지루하게 만들고 있다.

각 방송사는 이에대해 몇개의 기획된 프로그램이 있지만 심야시간대
시청자층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없고 늘어난 시간대만큼 제작인력이
보충되지도 않아 당분간 제작을 보류하고 있다고 해명하고있다.

그러나 방송사들의 이같은 무원칙에 대해 시청자시민단체들은 "방송사
들이 나서서 방송시간 연장을 요구했으면서도 막상 이렇다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다간 공보처 발표대로 97년부터 종일방송
체제에 들어갈 경우 방송의 전반적인 질저하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정종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