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홍 청구그룹회장. 지난 73년 모기업인 (주)청구를 설립,20년만에
청구를 백화점 방송국 금융기관등 12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성장시킨 자수성가형 기업가이다.

요즘 장회장의 발걸음은 무척 바빠졌다.

사업다각화를 통한 그룹체제구축에다 이에따른 조직개편등으로 "제2의
창업"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20여년동안 외길로 한 업종(건설업)만을 고집하면서 그동안 쌓은
경영기법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해 방송.멀티미디어 유통.물류
금융기관등을 계열사로 편입,미래산업들로 업종다각화를 이루는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방송 멀티미디어 유통등 신규업종들이 미래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만큼이나 기존업체와의 경쟁 또한 치열한 것이어서 급변하는
경영환경이 청구에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도전인 셈이다.

이에따라 청구그룹은 지난해 전문경영인들을 영입,신규업종에 대한
경쟁력을 높인데 이어 올해도 대규모 공채를 통해 그룹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 정보통신사업추진과 더불어 서대구복합화물터미널 사업주관자로
선정돼 새로운 사업구상에 몰두하고 있는 장회장을 만나 청구그룹의
현안과 전문경영제도,21세기에 대비한 그룹의 조직개편등을 들어봤다.

-최근들어 부동산경기 침체에다 건설업체 경영난과 관련된 악성루머까지
나돌아 주택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청구그룹도 루머등으로
마음고생을 많이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은 괜찮습니까.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자금악화설과 관련된 증시루머로 엉뚱한 피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이는 부동산경기의 침체로 건설업체들이 잇달아 도산하자
"건설업을 모기업으로 하고 있는 청구가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추측에서
시작됐다고 판단됩니다. 그러나 청구의 그룹화가 본격화되면서 악성루머가
없어졌지요"

-청구그룹이 올들어 주택건설업체로서의 고착된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발걸음이 빨라진것 같습니다. 가시화된 성과를 소개해 주시지요.

"올해들어 방송및 영상사업부문에서 대구방송(TBC)과 종합프로덕션
파라비전이 출범했고 유통과 물류사업부문에서는 왕십리역사백화점과
서대구 복합화물터미널등의 민자역사 사업주관자로 선정되는등
사업다각화의 포석을 마련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또 그룹의 주력업종인 (주)청구 청구주택 청구산업개발등 건설부문의
올해말 총매출액이 9천2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수주액도
지난 8월31일 현재 1조1천억원을 기록,향후 매출증대와 수익성개선이
호전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업다각화를 통한 청구그룹의 21세기 비전은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
됩니까.

"건설부문의 비중을 60%이하로 낮추고 신규사업인 유통.방송.영상.물류.
금융등 비건설분야를 집중 육성,오는 2001년에는 그룹총매출이 연간
3조5천억원을 달성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분야별로 건설부문은 주택에서 종합건설의 고부가가치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유통은 분당의 청구백화점 왕십리역사 백화점 서대구복합화
물터미널을 기존상권과 차별화,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물류의 경우
복합물류단지개발을 통해 지역경제는 물론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토록할
계획입니다.

대구방송은 FM방송과 위성방송,출판등 부대사업을 통해 지역민방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토록 하고 종합영상프로덕션인 파라비전은 자체프로그램의 제작,
국내외 유수 프로그램보급등으로 매출향상과 영상문화발전에 기여할
것입니다.

금융부문에서는 지역중견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할부금융업 진출과
함께 투금사등을 인수,본격 금융업에 진출함으로써 사업다각화에
따른 자금운용의 활로를 개척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전은 신규사업부문에서 영입된 전문경영인들의 뛰어난
경륜과 기존조직과의 조화에서 나오는 힘이 토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전문경영인을 대규모로 공채선발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전문경영인 영입에 특별한 배경이라도 있습니까.

"지역민방인 대구방송(TBC)과 종합영상 프로덕션인 파라비전의 출범,
그리고 내년 추석이전에 오픈할 청구백화점등 사업다각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위해 지난해 10명의 전문경영인을 모집했습니다.

올해에는 민관합동개발방식(제3섹터)으로 개발되는 서대구복합화물터미널의
사업주관자로 선정된데다 제2 유통사업인 왕십리민자역사 백화점,
멀티미디어를 비롯한 정보통신사업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또
다시 전문경영인들을 영입합니다.

결국 청구그룹의 전문경영인제는 그룹의 사업영역이 확대됨에 따라
신규사업에대한 전문성을 절실히 필요로 했기 때문입니다"

-전문경영인들을 선발하고 채용하는 절차는 어떻게 진행됩니까.

"3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전문경영인 영입은 개인의 능력과 조직화합력에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먼저 이력서를 면밀히 검토하고 개별면담을
통해 해당 분야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을 가려내고 외부의 자문도
받습니다. 최종적으로는 함께 힘을 합쳐 그룹을 이끌어 나갈수 있도록
기존 임원들의 의견도 적극 반영합니다"

-지난해에 입사한 10명의 경영인들의 근황과 내부평가는 어떻습니까.

"지난해 영입된 전문경영인들은 주로 신규사업을 통한 그룹의 사업다각화
에 집중 배치돼 초창기의 난관을 극복하며 사업의 성공적 정착에 이바지
했다고 봅니다.

이수환 종합조정실장은 그룹의 경영목표설정과 서대구 화물복합터미널
선정에 기여했고 현재 왕십리민자역사 백화점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황성열 청구주택사장은 영입이후 단기간내 매출신장은 물론 현장과
사무실의 이원화된 시스템을 재정립,현장경영으로 업무효율을 크게
향상시켰습니다.

파라비전 장한성사장의 경우 일본 중국 호주등 선진 영상제작사와의
협력관계체결을 맡는 한편 지역민방의 자체프로그램제작을 지휘하고
있으며 청구백화점 전광부 부사장은 분당신도시에서의 영업전략수립은
물론 CI매뉴얼수립,건설공정관리등을 직접 챙기며 백화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에서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다보면 기존조직과의 조화도
고려하셔야 될것 같은데요.

"외부에서 영입된 경영인들은 회사전체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수
있어 최고경영자인 저로서는 이들의 능력으로 제가 모르는 부분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외부전문경영인들의 영입은 조직에 신선한 활력과 공기를 불어 넣고
있어 그룹의 체질개선에도 기여하고 있으며 현실론적으로도 유통 방송
멀티미디어등 신규업종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해 이들의 경륜을 빌리지
않고는 기존업체와의 차별화도 시도할수 없어 전문경영인의 영입은
불가피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그룹 인사제도의 기본방침이 사내사원을 전문경영인으로
육성하는 것인만큼 조직이 어느정도 성숙하면 대대적인 인재개발에
투자할 것입니다. 이를위해 올해말 시행예정으로 사원교육프로그램을
진행중에 있습니다. 남들보다 조금 늦더라도 완벽한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지요"

-그룹화를 본격추진키 위해 조직개편을 구상중이라고 들었습니다. 회장
께서 생각하고 계신 조직개편의 틀은 어떤 것이며 특징은 무엇입니까.

"전통적인 조직구조인 부.과조직을 팀제조직으로 개편,계층을 줄임으로써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의사결정의 신속화를 도모할 방침입니다.

이에따라 대구 서울등 양사업장에 중복된 관리본부를 통합해 경영지원
본부라는 명칭하에 하나의 조직으로 운영,정책과 전략수립및 업무효율
제고를 우선시할 것입니다.

영업중시전략으로 영업인력을 대폭 보강할 생각인데 방법은 외부인력의
수혈없이 자체인력인 관리간접인원을 30%로 감축,영업부서에 배치하며
영업부문을 희망하는 직원을 사내 공모를 통해 선발해 자율적인
조직운영이 가능하게끔 유도할 생각입니다.

또 기술투자를 늘리고 품질향상및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각 계열사의
사장직속기구로 관할부서를 신설하는 한편 전문경영인들이 소신과 책임을
가지고 경영에 임할수 있는 풍토를 마련해줄 방안입니다.

사장등 전문경영인체제로의 수직적 개편과 사업부서의 팀별재편등 수평적
개편은 얼핏보면 부조화같지만 결국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은 일원화된
조직의 하드웨어와 일원화된 조직이 움직이는 팀제의 소프트웨어를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맞게 조화를 이루려는 것입니다"

-청구그룹이 21세기의 청사진을 실현해 나가려면 기존업체들과의 경쟁이
필연적일걸로 봅니다.

(주)청구가 처음 서울로 진출할때 중계동에서 대형건설업체들을 제치고
최고의 청약률을 올려 청구아파트 바람을 일으킨것 처럼 신규사업에서도
후발업체로서 이를 극복할수 있는 차별화전략을 구사해야 할것으로
보입니다만..

"사업다각화는 결국 그룹전체의 균형된 발전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이의
성공은 그룹의 견실도를 좌우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사업다각화의
성공은 기존업종의 두터운 벽을 뛰어넘기 위한 틈새시장공략,아이디어및
마케팅강화등이 필수적이지요.

또 분야별 연관사업을 일체화,고도의 경쟁력을 발휘할수 있도록 종합적
으로 육성해야겠지요.

멀티미디어분야는 TV 라디오 케이블TV 위성방송 프로덕션등 영상소프트
사업의 전국네트워크체제를 구축하고 정보통신분야는 주파수 공용통신(TRS)
등 이동통신사업과 무선호출기서비스사업 주문형비디오(VOD)사업을 결합할
작정입니다.

이와함께 유통.물류분야는 기존의 백화점을 바탕으로 화물운송 물류
복합터미널과 수도권및 중도시 디스카운터스토어사업을 연결할 계획입니다"

-평소에 갖고 계신 경영철학을 들려주시지요.

"기업경영은 곧 인간경영입니다. 그 조직에 얼마나 많은 인재가 있고
얼마나 많은 인재를 양성하는가의 문제가 조직의 미래를 규정하는 요체
입니다.

따라서 구성원 모두의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는 분위기,독특한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것이 경영인의 몫이지요. 또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놓치지
않고 경영에 반영해 살려나가는 것도 경영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가장 보람있었던 일과 직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아무래도 지방업체였던 청구가 국내유수의 건설업체들이 포진하고 있는
서울에 진출,중계동아파트분양에서 최고의 분양률을 올렸던 일은 잊을수
없겠지요. 이는 청구의 그룹화를 촉진하게 됐고 지역건설업체들의 서울
진출을 선도한 계기가 됐지요. 그당시 지역업체의 서울진출은 위험부담이
많았지요.

그러나 서울에서의 완전한 경쟁을 치르지 않고는 최고가 될수 없다는
생각에서 이를 단행했고 이러한 결과가 청구그룹의 발전원동력이 됐다고
봅니다.

이제는 청구가 21세기 우량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임직원들이 모두
일어서 보다 넓은 세계를 바라보며 주어진 여건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특히 적극적인 사고와 능동적인 행동을 실천하며 청구가 어떻게
성장했고 이 시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깨닫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대담=최종천 사회부장]

< 정리=김태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