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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가 갈수록 가벼워지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올드어 개봉됐거나 제작중인 영화들이 대부분 코믹물인데다 기획중인
작품들도 예술성보다 상업성에 치중한 것이 많아 우리영화가 지나치게
경량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들의 참여나 투자도 오락영화에 집중돼 있으며 신인감독들마저
값싼 웃음에 편승돼 데뷔작을 코미디영화에 선택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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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따라 한국영화계에 "예술은 없고 기교만 판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것.

한국영화의 이같은 코미디화는 당장 눈앞의 흥행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외화에 대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관객들로부터도 외면당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더구나 신선한 감각과 실험정신으로 무장해야 할 신인감독들까지 값싼
웃음에 매달리는 것은 우리영화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영상산업 전체의
체질을 허약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영화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눈물"없는 웃음만으로는 감동을 줄수 없으며 지나치게
상업성만 좇다보면 종국에는 예술도 상품도 모두 잃게 되다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코미디바람은 93년 "투캅스"의 흥행성공으로 불붙기 시작, 올들어
본격적인 유행으로 자리잡았다.

이광훈 감독의 "닥터봉"이 한석규와 김혜수의 좌충우돌 사랑 만들기로
관객을 모았으며 이명세 감독의 "남자는 괴고워", 김의석 감독의 "총잡이",
이장호 감독의 "천재선언"등이 앞다퉈 나왔다.

최근 추석프로로 붙은 "개같은 날의 오후"와 "헤어드레서" "도둑과
시인"등도 모두 풍자와 해학을 내세운 코믹물.

제작중인 영화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허동우 감독의 "꼬리치는 남자"와 박헌수 감독의 "48+1", 박태우 감독의
"미끼"등이 그것.

"참을수없는 영화의 가벼움"을 부추기는데는 대기업의 자본논리도
한몫하고 있다.

한국영화의 새로운 돈줄로 부상한 대기업들은 철저한 손익계산으로
"남는 장사"만을 고집, 흥행성이 불투명한 작품보다 쉽게 수익을 낼수
있는 오락영화를 선호한다.

삼성이 "결혼이야기"에 이어 김의석 감독의 "총잡이"에 자본을 댔으며,
대우는 "투캅스" "마누라 죽이기"등으로 재미를 본뒤 올들어 "꼬리치는
남자"등에 참여하고 있다.

제일기획은 "개같은 날의 오후"를 제작했으며, 해태계열의 한국비전이
"헤어드레서", 미원그룹의 상암기획이 "천재선언"에 참여했다.

영화평론가 양윤모씨는 최근의 이같은 흐름을 "소재빈곤과 창의력부족,
자본의 영세성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진지한
작가정신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자본문제만 하더라고 "중경상림"이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등을
보면 큰 돈 들이지않고 얼마든지 괜찮은 작품을 만들수 있다는것.

이와관련, 안성기 문성근등 대형배우들이 "가벼운 영화는 이제
그만하고 싶다"면 재충전에 나서는 모습은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