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50주년을 맞아 한.일양국의 근.현대사를 다룬장편소설이 잇따라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중견작가 하근찬씨의 "제국의 칼"(고려원간)과 송원희씨의 "안중근-그날
춤을 추리라"(둥지간), 한석청씨의 "소설 안중근"(청암미디어간)이 그것.

"제국의 칼"은 일본이 메이지유신을 통해 근대국가로 탈바꿈하는 과정과
이를 둘러싼 막부간의 권력암투, 패권주의의 기치아래 우리나라를 침략
하게된 배경등을 일본의 시각에서 그린 대하소설.

그간의 한.일관계 소설들이 피해자인 우리의 입장만을 지나치게 부각
시켰던 것과 달리 이 작품은 일본 내부의 권력구조에 초점을 맞춰 "힘의
논리"와 그늘진 양국 근세사의 뿌리를 추적한 것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93년부터 2년동안 한국경제신문에 연재됐던 내용을 다시 다듬고 보완해
"읽는 재미"와 극적 사실감을 높였다.

전6권중 3권까지 출간된 이 소설은 300년간 쇄국정책을 고수하던 도쿠가와
막부가 서구열강의 힘에 밀려 개국정책으로 선회하는 시점부터 메이지천황을
앞세운 반막부파의 득세, 정권을 장악한 유신정부가 불만세력의 관심을
외부로 돌리기위해 조선정벌론을 들고 나오는 대목까지를 담고 있다.

후편에 해당하는 4~6권에는 오쿠보 도시미치의 대만정벌과 이토 히로부미
등 새로운 실권자들의 등장 그리고 우리나라에 국치의 통한을 안겨준
식민지배과정이 그려진다.

작가는 "서구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일본이 국권을 지킬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무엇인지, 그들이 왜 정한론을 들고 나왔는지등 일본과 일본인의
역사의식에 대해 보다 넓고 깊게 파고 들어가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안중근-그날 춤을 추리라"(전2권)와 "소설 안중근"(전2권)은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항일운동가 안중근의 삶을 그린 전기소설.

"안중근-그날 춤을 추리라"는 민족의 영웅보다 인간 안중근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그렸다.

작가는 "안의사의 발자취를 좇아 연변 하얼빈 연해주 페테르부르크등지를
2년동안 헤맸다"며 "자료를 수집하는 동안 안의사에 대한 연구가 일본에서
더 많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보고 우리는 왜 이렇게 무심했던가 하는
자책감에 시달렸다"고 털어놓았다.

"소설 안중근"은 가톨릭신자로서의 안의사를 집중조명하고 있다.

안중근은 청년시절 프랑스신부 빌렘으로부터 프랑스혁명의 자유 평등
박애사상을 배웠으며, 천주교사상은 그가 독립운동에 전격 뛰어들게된
정신적 기반이 됐다는 것.

그의 집안 역시 독실한 천주교인들로 아버지 안태훈과 숙부 안태건은
황해도지역의 포교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