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급증하고 있으나 바깥에서 생산한 제품의
3분의 1가량을 한국에 역수출하는등 해외현지사업의 국내본사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해외 생산활동을 위한 자본차입등 금융조달의 45%를 한국에 의존
하고 있으며 경영진의 현지인 임용비중은 9%에 그치는등 국내 전자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반쪽짜리 세계화"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전자공업진흥회는 "전자산업 해외투자 현황조사"란 자료에서 "국제
경제 환경에 부응키 위한 국내 전자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부쩍 늘고 있으나
인사.재무.생산.마케팅 등에서의 경영관리 현지화가 새로운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사결과 94년말 현재 국내 전자업체의 해외투자(허가기준)는 6백61건
20억2천만달러 어치로 제조업 전체의 해외진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건수
기준으로는 19.8%,금액으론 35.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90년대 이후 매년 해외 진출이 급증해 전년대비로 93년에는 52.6%,
작년엔 69.8%나 늘어났다.

이중 생산법인이 전체의 60%이상에 달했으며 판매법인은 30%,연구개발법인
은 5%대에 머물러 전자업체들의 해외진출이 국내 고임금을 피하기 위한
생산부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부문별로는 <>전자부품이 3백13건(47%) <>산업용기기 1백32건(20%)
<>가정용기기가 1백84건(28%)이어서 대부분 중소규모인 부품업계의 해외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음을 확인케 했다.

전자업체들의 해외법인은 그러나 생산제품의 32%만을 진출현지국에 판매
하고 있을 뿐 36%는 제3국에 내다팔고 있으며 나머지 32%는 국내로 반입,
한국시장 의존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품과 자재조달의 경우는 17%만을 현지에서 해결할 뿐 62%는 한국
에서 조달,완성품업체와 부품업체간의 해외 동반진출이 새로운 과제임을
부각시켰다.

금융조달은 현지와 제3국에서 각각 42%와 13%를 해결하고 있는 반면
한국에 45%를 의존하는등 독립성이 취약한 상태다.

전자업체들의 이같은 "허약한" 해외체질은 진출 지역이 중국 동남아등
아시아개도국 지역에 편중돼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게 전자공업진흥회의
분석이다.

작년말 현재 허가기준 6백61개의 해외법인중 26%인 1백72개가 중국,24%인
1백56개는 동남아에 각각 집중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북미와 유럽은 각각 1백27개와 92개로 전체의 19%와 14%에 불과했다.

국제 통상환경 급변에 정면 대응키 위한 선진국 직접 진출보다는 국내보다
경영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아시아 개도국지역에 중점 진출하는 "비용
회피형 투자"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얘기다.

< 이학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