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단장 김영동)은 광복50주년 기념공연의 대미를
장식할 대형서사음악극 "토지"(대본 이승하.연출 김철리)를 9월5일
세종문화회관대강당무대에 올린다.

74년 "한네의 승천"을 통해 연극과 국악의 접목을 시도했던 김단장이
이번에는 대하소설 "토지"(박경리원작)의 우리음악극화작업에 나선 것.

장장 25년만에 5부 16권으로 완간된 소설 "토지"는 경남하동군평사리와
만주용정을 무대로 펼쳐지는 최서희일가의 삶을 통해 일제하 우리민족의
끈질긴 생존투쟁과 저항,잃어버린 땅을 되찾으려는 강한 집념을 그리고
있다.

이번에 무대에 올려지는 음악극 "토지"는 소설의 1.2부가 주내용.

총 4경중 1경은 서희 어머니인 최참판댁 별당아씨가 머슴과 함께
달아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린 서희(강권순분)는 눈물과 앙탈로 주변사람들을 들볶고 몰락양반
김평산은 최참판댁의 재산을 가로채려는 음모를 꾸민다.

수려한 용모의 농군 용이(이태백분)는 무당의 딸 월선(유미리분)은
이중창으로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을 노래한다.

2경은 동학혁명을 이야기한다.

서희의 할머니 윤씨부인을 겁탈한 동학접주 김개주는 동학당을 이끌고
봉기하지만 진압군에 밀려 패퇴한다.

이 장면에 등장하는 "파랑새"합창은 장중한 관현악연주와 어우러져
민중들의 삶속에 희망의 불씨로 남은 동학정신을 전한다.

3경에서는 조선의 운명과 몰락하는 최씨일가의 모습이 비춰진다.

최씨가문의 당주 최치수가 살해되고 윤씨부인마저 호열자로 죽는다.

이틈을 타 조준구가 서희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재산을 몽땅 빼앗고
서희는 훗날을 기약하며 북간도용정으로 떠난다.

4경은 북간도에서 사랑의 결실을 맺은 서희와 길상의 이중창으로 막을
연다.

강인한 여인으로 성장한 서희는 사업가로 변신하고 길상을 평생의
반려자로 삼는다.

서희는 공노인을 앞세워 빼앗긴 땅을 되찾고 고국으로 돌아오는 배에
몸을 싣는다.

4경에서 서희가 부르는 "토지의 노래"와 "종곡"은 잃어버린 땅과
조국에 대한 간절한 사랑을 보여준다.

작곡.지휘를 맡은 김단장은 전통음악의 현대화와 대중화를 함께
모색하고 있다.

거문고에 기타판을 붙인 철현금을 처음으로 관현악반주에 도입하고
철가야금등 개량악기를 사용한다.

독.중창이 이끌어가던 이야기를 합창이 풀어가고 인물묘사보다
메시지전달에 치중한다.

아울러 3.4조의 가락으로 가사전달력을 높이고 음향효과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젊은 출연진 기용으로 틀에 박힌 소리에서 탈피한 것도 특징.

김단장은 "1경과 4경은 민요적인 분위기를 강조하고 3경과 4경은
우리의 선율을 토대로 현대적인 기법을 활용했다"며 "다양한 음악으로
창극이나 칸타타와 전혀 다른 국악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80분간 진행될 이번 공연에는 시립국악관현악단과 시립합창단,
시립가무단, 객원출연진등 190여명이 참여한다.

공연시간 오후7시30분. 문의 399-1638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