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AT&T사와 한국통신이 AT&T의 최신형 교환기인 5ESS-2000의 국내
입찰참여를 위한 사전 기술시험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AT&T는 특히 이 문제와 관련 미행정부에 분쟁해결을 위한 개입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통신분야 한미통상마찰로 비화될 조짐도
엿보이고 있다.

한국통신은 지난 3월 합의된 한미통신협상 결과에 따라 5ESS-2000교환기
조달입찰 참가 자격여부를 확정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성능시험을 진행해
오다 교환기 SW(소프트웨어)의 여러가지 문제점을 발견, 성능시험을
중단하고 AT&T에게 보완을 요구했다.

AT&T는 그러나 "이번 기술성능시험에서 이 교환기가 성능을 만족시키지
못한 것은 시험이 시작될 때까지도 변경된 규격이나 기술기준을 통보받지
못한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이 장비의 한국시장내 사용을 보증하기로 한
양국합의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 회사는 새로운 기술기준은 자사가 통보받기 1년전부터 내용을 알고
있던 한국업체들과의 협의를 통해 개발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한국통신이
이의 정보를 국내업체들과 같은 시점에 제공하지 않는 것은 한미간
통신분야 쌍무협정을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통신측은 이에대해 "90년 한미정부간 협정에 의해 약속된 규격과
기술기준등 각종 정보제공을 위해 매년초 신문지상을 통해 공고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외 업체 모두에게 비차별적으로 적용되는 사항"이라고 지적하고
AT&T의 주장은 터무니 없다고 반박했다.

더욱이 기술기준이나 규격등은 국제 권고에 맞추어 투명한 방법으로
결정돼 한국통신만이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것일 수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3월 합의된 한미통신협상에서 양국정부는 한국통신이 AT&T의
교환기에 대한 기술시험을 7월말까지 끝내고 이후 조달입찰에 참여 자격을
부여키로 하고 한국통신이 이 교환기 성능시험을 진행해 왔다.

한편 관련업계는 AT&T가 교환기자체의 문제점을 해소, 입찰에 정당하게
참여하기 보다는 미행정부에 분쟁개입요청의 가능성을 내비치는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자사의 문제를 해결하려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 윤진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