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회사설립 97주년을 맞은 프랑스 국영자동차업체 르노사는
이른바 세번째 창업기를 맞고 있다.

창업주 루이 르노가 2차대전중 히틀러를 위해 자동차를 제작했다는
이유로 종전후인 45년 드골정부에 의해 정부소유로 몰수된 이래
50년만에 다시 민간 기업으로 되돌아가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프랑스 정부는 작년11월 이 회사의 주식을 민간인에게 첫 공매했지만
아직 총지분의 53%를 소유하고 있어 추가 주식매각을 조만간 단행할
계획이다.

민영화작업은 자본시장에 접근이 용이하고 급변하는 시장추세에 따라
재빨리 전략적인 대응을 할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르노사의 루이 슈바이처회장은 경제회복으로 소비지출이 늘어나는
시점이 매각의 적기라고 밝혔다.

그는 이때가 다가오는 가을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민영화주식 매각을 앞둔 현실 경제사정은 밝지만은 않다.

프랑스국내 자동차시장은 다소 위축될 것이며 서유럽시장은 지난해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와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구입자에게 주던 정부의 장려금이 없어졌고 부가가치세도
인상돼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떨어졌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민영화이후 실직을 우려한 노조의 반대도 거세다.

그리고 이번 추가주식 매각에서 작년 첫 주식 분매시 주당 165프랑을
호가한 것과 비교해 주가가 낮아질 때 소액투자자들은 "속았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올들어 자사의 주가가 하향세를 타고 있는 것은 이런 우려를 가중시킨다.

실제로 90년대들어 유럽대륙에서 불고있는 국영기업의 민영화 선풍에서
대다수 기업들의 영업실적 신장이 더뎌져 2차매각 주가가 일차분 주가보다
떨어졌다.

때문에 르노사는 투자자들에게 민영화이후에도 자동차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는 설득 노력도 기울여야 할 입장이다.

다행히 르노에 대한 신뢰도는 현재 높은 편이다.

지난해 격심한 경쟁속에서 이 회사가 거둔 순익은 전년보다 3배이상
상승한 36억프랑에 달했다.

회사측은 수익급증이 판매증대 비용감축 정부의 세금혜택 등에 힘입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흑자기조는 지난 90년부터 지속되고 있다.

80년대 임금상승 노사쟁의 제품차별화 실패로 적자에 허덕이던 중 85년
회장 G 베시가 부임하면서 감원,부실 방계업체정리,경영구조축소,승용차
사업 유럽집중화등 구조조정을 단행한지 5년만에 소생했던 것이다.

르노사는 그동안 품질개선에 주력,소형차 트윙고와 다용도차 에스파세가
프랑스와 유럽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슈바이처회장은 덕분에 르노가 고급자동차 업체로서 명성을 굳혔다고
지적하면서 이제 좀더 과감해져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르노사는 지난87년 미국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한 이래 서유럽시장에
생산량의 80%를 의존하고 있다.

또 프랑스2위인 르노는 일본과 미국의 자동차업체에 비해 소규모라는
것. 특히 일본의 첨단 공장에 비해 전반적인 수준이 20~30% 뒤처져
있다고 자체 평가한다.

이같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93년 스웨덴 볼보사와 합병을
추진했지만 소유권 등에 얽힌 난제를 풀지못하고 막판에 무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르노는 이제 40년대말 국민차를 히트시켰던 영광을 남미와
아시아시장에서 성취할 구상을 세웠다.

그 첫걸음으로 브라질에 50억프랑을 투자,연산 10만대의 공장설비를
증설할 계획을 지난달 발표했다.

또 지난주에는 소형차중심에서 영역을 확장,개발한 신형중형차를
9월5일 바르셀로나에서 첫 공개한다고 발표,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 유재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