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에 차세대 D램의 생산기지 구축을
추진하는등 한.일 반도체대전이 미 본토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기업들은 정부의 투자제한등으로 공장건설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어 세계 메모리반도체의 주도권을 일본에 다시 넘겨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일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도시바 NEC 후지쓰 미쓰비시 히타치 등 일본의
5대 반도체 메이커들은 미국내에서의 첨단 차세대 D램생산 프로젝트를
확정,최근 속속 공장 건설에 들어가고 있다.

예컨대 도시바는 미국 IBM과 공동으로 10억달러를 들여 버지니아주에
64메가D램 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NEC는 미국 캘리포니아 <>후지쓰는 오리건 <>미쓰비시는 노스
캐롤라이나 <>히타치는 텍사스에 각각 64메가D램 공장을 건설키로
하는등 미국 생산체제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업계에서도 현대전자가 미국 오리건주에 64메가D램 공장을
설립한다는 프로젝트를 확정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재원조달 문제와 관련,재경원의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한국은행이 접수를 미루고 있다.

삼성전자도 12억8천만달러를 들여 미국 오리건주나 텍사스주에 16.64
메가D램혼용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세운다는 내부 방침을 정해 놓고 있으나
역시 같은 문제로 정부와의 사전조율에 매달려 시간만 보내고 있다.

한일반도체 업계의 대미진출과 관련,업계는 "메모리반도체를 미국에서
생산하려는 것은 주요 수요업체인 미국 PC업체들의 제품 수요를 빠른
시간안에 충족시킨다는 의미와 미국의 반덤핑공세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두가지 뜻을 담고 있다"며 정부의 조속한 지침확정을 촉구하고 있다.

업계는 특히 그동안 해외생산체제를 갖지 않았던 도시바등 일본업체들이
미국에 생산기지를 세우기로 전략을 바꾸고 있어 "미국 현지생산체제
구축이 늦으면 늦을 수록 현지 거래선을 일본업체들에 더 많이 빼앗기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지난 6월초 정부에서 해외 대형투자의 경우 총투자액의 일정비율을
자기자본으로 충당토록 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 뒤 이달초 이석채
재정경제원차관이 "20% 자기자본 충당 방침"을 밝혔으나 이 원칙은 명확한
기준보다는 행정지도를 통해 사안별로 적용한다는 계획이어서 업계의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