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식신임한국은행총재는 24일 오후 2시 취임식을 갖은뒤 기자실을 방문,
출입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믿어줄때까지 한은개혁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총재는 또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관련 "법개정보다는 관행을 통하여 정착
시키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그러나 그동안 한은의 입장과는 다소 다른 것이어서 앞으로 한은독립
논쟁과 관련해 주목된다.

다음은 일문일답내용.

-총재임명사실을 언제 통보받았나.

"그런 얘기를 꼭 해야 합니까.

추측에 맡기겠습니다"

-취임소감은.

"학교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곳이 한국은행입니다.

누구나 첫 출발지에서 톱(TOP)이 되는게 꿈인데 35년만에 총재로 돌아오니
개인적으로는 감회가 깊고 영광스럽습니다.

우연하게 꿈이 실현됐다고 밖에 볼수 없지요.

다만 입행동기인 김명호총재가 잘되지 못하고 나가는 것이 마음이
무겁습니다"

-취임사에서 내부개혁을 강조했는데.

"개혁을 해도 국민이 믿어줘야 합니다.

국민이 믿어줄때까지 한은직원들이 몸가짐을 다시해야 할때라고 생각
합니다"

-중앙은행의 독립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지난 89년 한은법개정을 논의할때 금융통화운영위원회(금통위) 답신서
초안을 직접 작성했습니다.(이총재는 당시 금통위원이었다)

중앙은행의 위상은 각 나라마다 다르며 우리의 경우 법개정보다는 관행을
통해 정착시키는게 중요하다는 내용이었지요.

지금도 그런 소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재정경제원에서 제출한 한은법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데.

"그동안 상황이 많이 바뀌었고 또 한은을 맡지않고 있는 탓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이제 한은으로 돌아온 이상 다시 공부를 해서 생각을 정리하겠습니다"

-대통령이 임명장을 주면서 당부한 말씀은.

"열심히 잘해달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한은 조직이 너무 비대해 대폭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그 부분은 아직 공부가 덜됐습니다.

좀더 파악을 해봐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통화신용정책을 어떻게 운용할 방침인지요.

"한마디로 얘기하기는 힘들겠지요.

통화신용정책에 관한 책만도 도서관에 하나가득 있을테니까요.

다만 통화가치를 안정시키는데 역점을 두겠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지난 70년대초 발행된 1만원권(일련번호 77번)을 아직 가지고 있는데 그때
1만원으로는 쌀 1가마반을 살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반말도 사기 힘들 것입니다.

이래가지고는 원화의 가치가 안정됐다고 얘기하기 힘들지요"

검게탄 얼굴로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던 이총재는 "올해
나이가 만으로 62살"이라며 "나이도 있는 만큼 한은총재를 마지막 공직으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고 기자실을 떠났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