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정부의 첫 경제총수였던 이경식 전부총리의 한은총재취임은 중앙
은행의 위상과 경제정책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볼수
있다.

이신임총재가 금융실명제등 굵직한 개혁을 주도해 김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점에서 그런 해석이 가능하다.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한은개혁이 대담하게 추진될 것이란 해석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공채출신인데다 과거 경제수석 경제부총리등 요직을 두루 거친
거물급총재를 임명한 것도 과감한 개혁을 예상케하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경제팀내의 위상변화를 점치기도 한다.

정책결정과정에서 한은총재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더군다나 한은개혁의 단초를 제공한 "한은 지폐절도사건"은 당시 한은
수뇌부까지 연결된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전대미문의 "중앙은행 절도사건"으로 공신력에 먹칠을 한 한국은행의 개혁
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 역시 높게 형성돼 있다.

이런 점에서 강도높은 개혁안이 나올 것이라는게 정부와 한은 안팎의 중론
이다.

일각에선 경제팀내의 위상변화를 점치기도 한다.

정책결정과정에서 한은총재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란 얘기다.

한은개혁은 이총재 주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한은 개혁시나리오"는 어떤 모습을 띠게 될까.

당초 한은개혁은 신임총재에 맡긴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었다.

한은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재정경제원등 정부쪽에서 개혁의 주도권을
잡을 경우 잡음이 일어날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개혁의 초점이 자칫 "한은독립"문제로 모아져서는 불필요한 독립논쟁이
재연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총재의 "한은개혁 시나리오"는 자율적인 개혁에 중점을
두게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주도하는 듯한 인상을 감추려할 것이다.

정부의 이런 의도를 잘알고 있는 이총재가 있으니만치 정부는 외견상
최대한 간섭하지 않는 모양새를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인사면에서 대폭적인 물갈이를 예상할수 있다.

지폐유출사고의 사후처리과정에서 실수를 한 고위간부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과정에서 재정경제원이 임명권을 갖고있는 한은감사가 "비한은맨"으로
바뀔 공산이 크다.

그다음 순서는 제도적인 면에서의 손질이다.

지난 봄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한은법 개정안을 어떻게 손질할
것인가하는 문제다.

예산승인권을 재정경제원을 이관하고 업무검사권은 감사원으로 일원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다시 고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업무검사권을 재정경제원에 맡기는 내용이 보완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한은법개정작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섣불리 손질할 경우 또다시 중앙은행독립논쟁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
이다.

한은 개혁작업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든간에 한국은행과 한은총재의 위상
은 과거와 달라질수 밖에 없게 됐다.

개혁작업의 결과에 따라서 한은은 "재정경제원 남대문출장소"로 전락할
수도 있다.

통화신용정책의 결정에 재경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지도 모를 일이다.

새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은이 정부의정책에 적극 협조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걸 보면 이런 예상이 설득력있게 들린다.

그러나 한은의 위상과 기능이 하루아침에 바뀔 경우 경제에 커다란 혼란이
초래될수도 있다.

중앙은행이 정책을 약간만 바꿔도 금융질서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따라서 한은과 재정경제원이 협조와 견제를 할수 있는 개혁이 바람직
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렇게 될 경우 개혁작업은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경제정책의 조율작업에
한은이 자연스럽게 한몫을 담당하게 되리라는 전망이다.

전직 부총리의 한은 취임이 이런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기도 하다.

한술 더떠 거물급 한은총재의 등장으로 정책결정과정에서 한은의 위상이
강화될수도 있다는 견해까지 나오고 있다.

부총리겸경제기획원장관 청와대경제수석 한은총재가 긴밀히 조율하는
경제팀의 공조체제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일각에서 엿볼수 있으나 이는 어디
까지나 이총재의 한은개혁작업에 달려 있다고 할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