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의 고통은 여자들만 겪는 게 아니다.

남자들도 아내와 꼭 같이 설레고 고민한다.

어떤 사람은 아내의 배가 불러지는 것을 보면서 복부팽만감에 시달린다.

심지어 가상분만이나 주기적인 진통을 느끼는 남편들도 있다.

임신으로 인한 변화는 부부사이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모든 부문에서
일어난다.

"네프 므와"는 이러한 변화를 처음 겪는 예비아빠의 출산일기다.

"세남자와 아기바구니"를 연상시키는 코믹영화.

프랑스 특유의 낙천적인 웃음이 짙게 배어있다.

파트릭 브라우데감독은 평범한 일상을 평범하지 않은 유머로 승화시킴
으로써 아이디어만 좋으면 잘생긴 스타배우나 요란한 특수효과없이도
얼마든지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수 있다는것을 보여준다.

그는 각본 주연까지 맡아 신선한 연출감각과 연기력을 함께 과시했다.

"네프 므와"(아홉달이라는 뜻)는 9편의 에피소드를 순차적으로
엮어낸다.

30대 정신분석가 사무엘(파트릭 브라우데)은 동거중인 마틸드(필리핀
르로이 보리유)가 임신했다는 말에 놀라 차를 창고에 들이받는다.

그는 아빠가 되고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그의 친구는 아이때문에 이혼했고 여동생부부도 뚱뚱해지거나 생활이
엉망진창으로 변했다.

그러나 마틸드는 아이를 원하며 새벽에 레몬즙이 먹고싶다고 졸라댄다.

그녀의 체중이 늘어난만큼 사무엘의 악몽도 늘어난다.

그녀는 초음파검사에 동행하기로 했던 약속을 잊은 남편에게 화가 나
집을 나간다.

그러나 뒤늦게 병원으로 달려가 초음파화면을 본 사무엘은 태아의
발가락과 심장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뜨거워진다.

결국 두사람은 화해하고 기막힌 출산의식에 동참한다.

정신분석가인 주인공의 심리변화를 통해 인간내면의 명암을 비춘
이영화는 유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삶의 근원을 건드리는 풍자가 깃들어있다.

1주일 늦게 선보이는 미국판 "나인 먼스"(휴 그랜트 주연)와 비교해
보면 프랑스와 할리우드의 웃음이 어떻게 다른지 금방 알수 있다.

( 26일 00극장 개봉예정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