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입장에서 지난82년이후 13년만에 "메이저 싹쓸이"가 기대되던
제77회 USPGA선수권은 결국 "아무리 미국골프가 강해도 이제는 세계골프가
그렇게 녹록치 않음"을 입증하며 끝났다.

특히 USPGA선수권은 경기방식이 매치플레이에서 스트로크플레이로 바뀐
지난 1958년이후 비미국선수의 우승이 단 4명에 6번(게리 플레이어와
닉 프라이스가 2번씩 우승)뿐일 정도로 미국의 강세였으나 올해도 지난해
닉 프라이스우승에 이어 연속 외국선수에게 정상을 내주는 "반전양상"을
보였다.

금년의 메이저 골프대회는 한결같이 "최종일의 역전 드라머"로 점철됐다.

매스터즈의 벤 크렌쇼는 그렇다 쳐도 US오픈의 코리 페이빈이나 영국
오픈의 존 데일리우승은 전혀 예기치 못한것으로 볼수 있다.

한마디로 "최종일 중간에 툭 튀어 나와서 갑자기 우승하는 스타일"이
계속 된것.

이번대회 역시 전반 9홀을 마칠때까지 엘킹턴은 TV화면에 별로 등장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10번홀부터 3연속버디로 삽시간에 "17언더 선두"가 되며 우승을
예고한 것.

이같은 막판의 "드라머 탄생러시"는 선수들 기량이 워낙 평준화 돼 있어
"그날의 흐름"을 타는 그 누군가가,그 누구라도 우승할수 있음을 의미한다.

유명세나 경험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최종일 골프자체만으로도 승기를
잡을수 있다는 것으로 페이빈이나 엘킹턴의 우승이 그런 비메이저우승경험자
의 "압박감 극복"을 나타낸다.

금년의 4개 메이저결과는 "메이저우승도 이제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했다"고
결론 지을수 있을 것이다.

<>.이번 USPGA 최종일경기내용은 "언제나 변치 않는 골프의 속성"을 다시
드러냈다.

다음이 어제 못 다한 이야기들이다.

<> 확실한 버디찬스가 아니라면 "먼저 퍼팅하는 편"이 낫다는 스토리
4m와 6m짜리 버디 찬스중 어느 쪽이 더 확실한 찬스일까.

이치상으로는 4m가 더 확률이 높다.

골프는 언제나 홀컵에 다가가야 좋은 법이다.

그러나 15m와 5m정도로 크게 차이나는 거리가 아니고 1-2m차이라면 차라리
거리가 먼 쪽이 유리한게 퍼팅이다.

다소 먼쪽이 먼저 홀인을 시키면 가까운 쪽은 실패하게 돼 있는게 "골프의
이치"라는 것.

이는 세계정상급골프나 아마추어골프나 공히 적용된다.

이번대회 연장전에서도 엘킹턴의 7.5m버디가 들어가자 몽고메리의 5m는
홀컵을 스쳤다.

몽고메리도 5m를 넣었다면 더 극적이었겠지만 그런 해프닝은 결코 흔히
나오는게 아닌 법.

"붙었다고 자랑말라. 내가 넣으면 당신은 반드시 실패한다" 골프에는
이런 재미가 존재한다.

<> 스코어는 "단 하나의 샷"이 좌우한다는 스토리 메이저우승을 다투는
세계최고수들도 60-70cm거리의 쇼트퍼트를 실패한다.

최종일 어니 엘스가 17번홀(파5)에서 실패하며 보기를 한 70cm퍼트가
그런 "오묘함"을 상징한다.

엘스는 18번홀에서도 약 5m버디퍼트가 홀컵을 스쳤는데 만약 17번홀에서
파로 막고 18번 버디로 연장에 나갈수 있었던 상황이었다면 엘스의 마음가짐
이 좀 달랐을 것이다.

그같은 엘스의 막판 하향곡선은 "단 하나의 샷"에 연유한다.

16번홀(파3)에서 엘스의 3m 버디퍼트는 홀컵을 360도 돌아 나왔다.

그냥 스치기만 했어도 덜 아쉬울텐데 한 바퀴를 완전히 돌아나오니
"심리적 낙담"이 더 컸을 것이다.

그 하나의 퍼팅이 "우승이냐 아니냐"까지를 결정한 셈.

엘스도 후에 "16번홀 퍼팅이 나로부터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고 토로했다.

<> 드라머는 드라머일뿐 임자는 따로 있다는 스토리 지난 7월 영국오픈
최종일 최종홀에서 코스탄티노 로카의 "뒷땅후 롱 버디퍼트"가 들어가
연장전에 돌입했으면 "드라머 메이커"인 로카의 승리가 한결 극적이었을
것이다.

이번대회에서는 18번홀에서 6m버디퍼트로 연장을 만든 몽고메리가 물론
"드라머 메이커".

그러나 우승은 두번 다 "먼저 잘 친 선수"가 차지했다.

이는 그래도 꾸준히 잘 친 선수에게 우승의 운이 있고 그 선수들의 연장전
자신감이 한 수 위라는 의미가 될 것이다.

"극적회생"은 결코 두번 반복되지 않는게 골프인가.

<>.숱한 얘기들을 제공하며 금년 메이저는 끝났다.

금년 메이저 추적의 재미는 다른 어느해 보다도 좋았다는 느낌이다.

"메이저 리포트"를 애독한 독자들에게 감사드린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