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이끄는 관료들에 도쿄대(동경대)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은
너무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럼 민간경제계를 이끄는 사람들중에는 어느대학출신이 많을까.

일본재계에 학력철폐움직임이 널리 퍼져 있음을 감안하면 대단히 흥미로운
질문이 아닐 수없다.

그렇지만 여기에 대한 답도 역시 도쿄대다.

최근 한주간지가 일본의 주요대기업 1벡60개사 임원들의 출신대학을 조사한
결과 도쿄대는 여타대학들을 크게 앞서 여유있는 1위를 기록했다.

일본에서 도쿄대는 관리양성소로 치부해 버리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만
도쿄대는 재계에서도 명문대로서의 위세를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이조사에 따르면 1백60개사의 총임원수는 약5천명.

한기업당 평균 31명정도의 임원이 있다.

이중 도쿄대출신은 모두 1천1백34명으로 전체의 22.7%를 차지했다.

4명중 1명정도가 도쿄대출신이라는 이야기다.

2위를 나타낸 대학은 사립명문인 게이오대로 12.3%인 6백14명을 차지하고
있다.

4백11명으로 8.2%(4위)에 머문 라이벌 와세다대를 크게 앞서 학생수가
적음에도 불구 소수정예로서의 명성을 과시했다.

관서지방의 도쿄대로 불리는 교토대는 4백12명으로 8.3%를 나타냈다.

이들 4개대학출신을 합하면 전체의 50%를 넘는다.

분석대상을 사장으로 국한시키면 도쿄대의 위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도쿄대출신사장은 모두 57명으로 전체의 35.8%에 달해 3명중 1명을 차지
한다.

임원에서 점하던 비율을 크게 웃돈다.

2위는 26명(16.4%)을 나타낸 게이오대학이었고 교토대도 3위인 13명(8.2%)
을 기록해 메달권에 들었다.

히도츠바시대는 9명(5.7%) 와세다대는 6명(3.8%)에 각각 머물렀다.

도쿄대출신은 업종별로 볼때도 자동차 건설 화학 금융등 모든분야에서
강세를 나타냈다.

게이오대의 경우는 이학부가 유명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제조업에서는
부진한 편이었고 서비스업종에서 실력을 과시했다.

와세다대출신의 경우는 업종을 불문하고 의외로 부진했다.

와세다는 정치 경제분야에서 유명세를 누리고 있고 학생수도 도쿄대나
게이오를 훨씬 웃돌지만 재계에서의 출세라는 측면에서는 크게 뒤졌다.

지방대중에서는 고베대 오사카대 큐슈대 도후쿠대등이 임원수및 사장수에서
10위권이내에 들어 명문대로서의 체면을 유지했다.

도쿄대출신들이 재계에서도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대한 해답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생각할 수있다.

우선 떠오르는 것은 도쿄대는 일본에서 가장 들어가기 힘든 대학이므로
우수한 인재가 많다는 점이다.

그러나 또다른 중요한 원인(최대이유일지도 모른다)은 일본에서 가장 힘센
층인 관리들에 도쿄대출신이 많다는 사실이다.

도쿄대출신을 임원에 기용함으로써 대관청로비가 수월해질 수있다는 측면
이다.

일본사회는 인적유대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동창생이 인허가나 사업발주등의
문제로 부탁을 하면 아무래도 거절하기가 쉽지 않은 점을 이용했다는
이야기다.

또 같은 도쿄대출신끼리 서로를 이끌고 지원해 주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학연으로 얽혀있는 일본사회의 한단면을 읽을 수있다.

최근 일본에는 학력위주사회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들이 적지 않다.

일부기업에서 사원채용때 아예 학력난을 쓰지 않게 한다든지 연1회 정기
채용시스템을 상시채용체제로 바꾼다든지 하는등의 움직임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조사결과를 본다면 일본기업에서 학벌중시주의가 사라지기는
수십년이 걸려도 쉽지 않은 일일 듯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