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류시훈 특별대국] 현대바둑 50주년기념..내달 열려
한다.
제한시간 4시간씩의 본격대결이다.
이창호배달왕(1.2기)과 류시훈천원의 대결이라는 형식을 빌린 "이창호-
류시훈 특별대국"은 현대바둑 50주년을 맞아 한국바둑의 우수성을 알리고
바둑문화보급을 위해 한국경제신문.한국방송공사(KBS) 공동주최,
현대자동차협찬으로 마련됐다.
스위스 그랜드호텔에서 벌어질 3번기는 각각 다음달 4,6,7일에 열린다.
대국은 KBS 1TV(해설 노영하칠단)와 PC통신 하이텔(해설 김수영육단)을
통해 생중계된다.
행사장 공개해설(윤기현구단)도 마련된다.
류시훈육단은 다음달 1일 입국해 대국전에 기자회견, 지도다면기,
사인회, 이창호후원회와 정.재계인사들이 참석하는 리셉션등의 행사를
가지고 8일 출국할 예정이다.
리셉션행사에는 일본에서 최근 돌아온 "김옥균 친필바둑판"의 귀환식도
열린다.
이창호칠단은 알다시피 국내외대회에서 정상의 실력을 과시하고
있는 한국바둑의 대표기사.
류시훈육단은 지난해 12월 일본랭킹 5위기전인 천원에 올라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키며 한국기사의 성가를 높이고 있는 장본인이다.
입단전 두기사는 라이벌이었다.
공식전적은 1승1패지만 앞자리는 항상 이칠단의 차지였다.
84년 어깨동무바둑왕전에서 이창호가 우승, 류시훈이 준우승했으며
연구생시절에도 류시훈은 좀체 이창호를 따라잡지 못했다.
두기사 모두 한국기원 연구생1기생으로 연구생리그에서 이창호는
류시훈을 누르고 최초로 1급으로 승급하는등 우위를 지켰었다.
승부에서는 라이벌이었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면 이창호는 류시훈을
형처럼 따랐다.
일찍이 승부세계에 발을 들여놓아 마음을 터놓을 대상이 없던 이창호
에게 류시훈은 4살 연상이지만 좋은 친구였다.
89년 이창호가 후지쯔배 참가차 일본 오사카에 갔을때 류시훈이
찾아와 얼싸안고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두기사의 인생이 갈림길에 선 것은 이창호가 조훈현구단의 내제자로
들어갔을때였다.
자극받은 류시훈도 스승을 구했지만 서봉수구단이 아직 제자를 받을
입장이 아니라며 난색을 표하자 중3때인 86년 혈혈단신 현해탄을
건너가 오에다구단문하에 들어갔다.
류시훈으로서는 승부수였지만 너무 늦었다며 주위로부터 만류받았다.
그뒤 이창호는 14살에 KBS바둑왕에 오른것을 시작으로 국내기전을
독식하고 있다.
류시훈은 이창호보다 몇걸음 늦었지만 23세 생일에 오다케구단을
제압하고 대가의 반열에 올랐다.
도일 8년만의 쾌거였다.
이때 일본바둑주간지 "고"의 제목은 "풍운아 류시훈, 다음목표는
세계다"였다.
지나온 행적만으로 본다면 이창호의 우세를 점칠수 있다.
일각에서는 둘의 위상이 틀려 미스매치라고 말하기도한다.
그렇지만 바둑팬들은 지난해 12월 류시훈이 천원에 오른뒤 이제나
저제나하며 둘의 대국을 기다려왔다.
라이벌대국이라는 관점에서보다 호형호제하며 세계바둑계를 이끌
장한 젊은이들이 경쟁과 견제를 통해 더 큰 성취를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아마시절 앞섰고 현재도 일인자자리를 요지부동 지키고 있는
이창호지만 류시훈이 대담한 작전구상으로 힘의 바둑을 구사하고 있어
승부를 낙관할 수 없다.
류시훈은 천원등극후 바둑이 만개해 여러기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 십단전본선 승자4강에 올랐고 기성, 본인방전 본선에 진출했으며
명인전3차예선에 오르는 등 추가타이틀사냥에 나서 "제2의 조치훈"을
꿈꾸고 있다.
류시훈육단은 이창호칠단과 마찬가지로 국제전에서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중일천원전에서 마 샤오춘구단에게 2연패로 무릎을 꿇었다.
류육단은 이를 "체력문제라고 생각한다.
비행기 여행등으로 피로했다.
"고 분석하고 "창호와의 대국도 국제전의 성격이라 걱정된다"고
말했다.
천원등극직후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응하겠다"며 이창호와의
대국의지를 밝혔던 류시훈은 이번대국이 결정된뒤 "창호가 한국의
일인자라 부담은 없다.
도일이후 한국에서의 본격대국은 처음이므로 좋은바둑으로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결과를 예측하는 질문에 "창호는 일인자이고 내게는 하나의 목표이다.
그는 나이에 비해 매우 냉정해 승부에 강하다"고 평가하고 반면에
자신은 "타이틀을 딴지 아직 1년도 안돼 지금부터가 시작이지만
창호와는 10여년만의 대결이라 기대가 크다"는 말로 대신했다.
"실력도 최고지만 현재성장속도에서도 최고(장수영구단)"라고
평가되는 이창호와 "특별한 기풍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자재의 바둑을
구사하고 싶다"는 류시훈, 두 대가가 보여줄 승부가 기대된다.
< 백광엽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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