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국보급문화재를 한곳에 모은 대고려국보전을 열고 있는
호암미술관의 한쪽귀퉁이에 뮤지엄숍이 마련돼있다.

전시관련 도록이나 모조품 뿐만아니라 티셔츠 가방 부채 방석 조끼등
소품류도 판다.

하루 3천~4천여명의 관람객들은 모두 이곳을 둘러본다.

이가운데 상품을 구입하는 관람객은 20~30%선.

"전통을 소재로한 문화상품의 판매를 이번 전시회에서 처음 시도해
봤습니다.

관람객으로부터의 반응은 대단히 좋습니다.

이제 문화재를 소재로 한 문화상품의 판매는 박물관의 중요한 기능중
하나로 잡아가고있는 것이지요"

이미술관에서 만든 디자인기획실에서 근무하는 박종성씨의 얘기이다.

미술관이 디자인실을 만들고 이사업에 뛰어든 것은 2년전.

외국의 박물관들이 숍을 만들고 쇼핑의 중심지로 변모하기 시작하는
것에 착안, 뮤지엄숍에 착수한 것이다.

전통문화재를 이용한 문화산업분야가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문화재를 보존, 전시하는 박물관들은 뮤지엄숍을 만들고 디자인실을
신설하고 있다.

이를 모방한 전통문화상품의 개발이 활발하다.

각종 공방도 늘고 있다.

지방자치체들은 지역발전을 위한 문화상품개발을 적극 추진한다.

문화재는 이제 보존하고 보호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상품을 만드는
응용소재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민족의 예술성과 개성이 가장 잘 표현되는 산물이기 때문이다.

경복궁내에 있는 전통공예관은 내.외국인들에게 우리 조상의 얼과
슬기를 담은 전통공예품을 파는 곳이다.

88년 개관일년뒤 공예품판매액이 3천6백만원에 불과한 것이 94년에는
3억1천만원으로 늘었다.

6년새 9배가 증가한 셈이다.

이곳을 관리하는 한국문화재보호재단도 이를 반영하듯 문화산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전통공예를 이어가는 장인의 등용문인 기존의 전승공예대전을 올해부터
전통공예 문화상품공모전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범위도 전승공예품뿐만아니라 전통에 바탕을 둔 창작품으로 확대했다.

공예품을 만드는 공방전시실도 만들어 22일 개관한다.

"이제 문화재는 전승도 중요하지만 재창조도 중요합니다.

전통에 바탕을 두면서 현대생활에 잘 응용될 수있는 작품이 개발되어야
하지요.

이러한 차원에서 전승공예대전을 확대 개편했습니다"

김전배 문화재보호재단이사장의 얘기이다.

옻칠은 목기에만 작업한다는 기존의 관념을 깨뜨리고 금속에 옻칠을 해
나전(자개)으로 만든 내장재를 개발하는 것등이 한예이다.

국립중앙박물관도 디자인실을 올해 초에 신설, 전통문화재를 디자인
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물관소장 문화재에 담겨있는 전통문양을 변형, 넥타이나 노트북
부채등에 활용하는 법을 고안하고 있다.

시제품이 올해말께 나올 전망이다.

전라북도가 합죽선 태극선 한지 목기등 해외자매결연도시에 전시관
개설을 추진하며 우수공예품 생산을 위한 후계자양성지원도 하고있는등
지방자치체의 관심도 적극적이다.

"모든 문화재유적이나 박물관 명승지에 가봐도 기념품매점에 파는
문화상품은 형태나 모양이 똑같습니다.

지역 고유문화를 소재로한 지역특화상품으로 개발이 덜되어 있는
것이지요.

아울러 디자인이 유치하거나 실용성도 희박한 단점이 있습니다"

하진규문화체육부 문화산업국장의 얘기이다.

정부도 스카프 넥타이등의 패션, 판화및 회화응용품 한지소재 공예
문화재복제품등 다양하게 전개되고있는 문화상품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재상품으로 또하나 중요한 것이 관광자원으로서의 문화재.

문화재 그 자체에 학술적 예술적가치를 인정하는 것으로 따로 자본이나
노력을 필요로 하지않는 굴뚝없는 산업으로 앞으로 가장 큰 상품성을
지닐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교통부에 있던 관광국이 문화체육부로 넘어오면서 문화재와
관광의 접목은 가속화되고 있다.

전국을 통한 관광코스를 비롯 서울시내관광코스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문화상품과도 연계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문화재는 그민족의 역량과 문화수준을 대표하는 것이다.

아울러 현실적인 이용가치보다 그것이 가져다주는 부수적효과가 매우
크다.

관광자원으로서의 중대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문화재를 응용한
문화상품 또한 그 시장이 막대하다.

문화재정책은 물론 올바른 원형의 전승과 보존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제는 보존에서 벗어나 문화재를 활용한 산업 개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의지가 필요할 뿐아니라 관련업계등도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걸맞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 오춘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