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공업의 민영화에 대한 산업연구원(KIET)의 용역결과가 제시됨에 따라
민영화의 방법과 시기선택은 정부의 손으로 넘어 왔다.

한중은 자산재평가전 총자산이 2조7백67억원이나 되는 대규모인데다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재계에 판도변화까지 몰고올 기업이어서 민영화방법및
시기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현대 삼성 대우 등 주요중공업 기업들은 진작부터 인수채비를 서둘렀고
최근엔 LG그룹마저 인수추진을 선언, 한중 민영화는 주요 대기업 그룹들간의
치열한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이미 일부 그룹들은 KIET가 제시한 대안별로 손익분석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컨소시엄형태의 참여에 대비,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컨소시엄구성방안 등도
검토중이다.

KIET가 제시한 민영화방법은 모두 8가지여서 현재로서 정부가 어느안을
택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연구를 책임진 연구원의 송기재연구위원이 "공개후 일정지분을 단일
기업에 공개입찰방식으로 매각"하는 안을 가장 바람직한 방안으로 제시,
일단 선택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송연구위원이 선공개가 낫다고 주장한 것은 경제력집중심화를 줄여보자는
취지다.

공개전에는 지분이 분산되지 않은 만큼 인수하는 지배주주의 경제력집중이
커질수밖에 없어 이를 막기위해서는 선공개가 합리적이라는 것.

또 대기업의 컨소시엄으로 지배주주를 구성할 경우 서로간의 갈등으로
경영의 안정성과일관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단일기업에 일정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방안은 민영화에 따른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린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우선 공개에 앞서 자산을 제대로 평가해야 하나 그러기 위해서는 대법원에
상고중인 한국중공업의 영동사옥(싯가 3천억원정도)소송이 끝나야 한다.

게다가 현대중공업및 현대산업개발은 각각 한중과 지난 79년 중화학투자
조정조치에 따른 정산금소송을 진행중이다.

설령 내년에 이 모든 소송이 끝나더라도 공개를 위한 필요절차만 1년2개월
내지 1년3개월이 걸린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민영화가 이뤄지는 시점은 빨라야 98년 2,3월이 될수
밖에 없다.

물론 공개전 매각방식을 택할 경우 소송의 결과까지 포함해 매각하게돼
조기에 민영화가 이뤄질수 있으나 용역결과나 정부의 기류등을 감안할때
이는 현실성이 적어 보인다.

결국 현 김영삼정부는 민영화방법만을 결정한채 민영화에 따른 실질적인
부담은 다음 정부로 넘길 공산이 크다.

이같은 실질적인 민영화지연의 개연성은 조만간 용역결과가 나올 한국가스
공사의 경우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한중못지않게 덩지가 크고 산업계에 파급효과가 큰 가스공사의 민영화역시
현재 알려진대로 라면 일정지분을 시간을 두고 분할매각하는 방식이 선택될
가능성이 커 조기민영화가 어려운 상태다.

이때문에 문민정부가 개혁차원에서 추진키로 한 공기업민영화가 이런 저런
이유로 더디게 진행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 정부가 지난 2월 확정한 공기업민영화추진계획에는 한중과 가스공사의
민영화방법결정과 시행을 올해안에 끝내게 되어 있었다.

한중민영화와 관련, 재계는 그시기에 아랑곳없이 치열한 인수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한중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그룹은 현대 삼성 대우 LG 한라한진 효성등
7-8개에 달한다.

이들은 저마나 한중인수를 위한 내부전열정비에 들어갔다.

이중 삼성 대우 한라 한진그룹은 중공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반면 현대는 중공업이 주력은 아니지만 중공업쪽에 강점을 갖고 있고 LG는
사업다각화차원에서 욕심을 보이고 있다.

이와관련, 송기재연구위원은 "한중민영화때 업종전문화에 따른 진입규제를
까다롭게 적용할 필요는 없지만 대기업이 단순한사업다양화차원에서 참여
하려는 것은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민영화방법과 시기를 결정하기도 전에 재계에선 벌써부터 누가
승자가 될지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고광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