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전직대통령중 한사람이 4천억원규모의 비자금을 갖고 있다는
서석재총무처장관의 발언파문이 여권의 진화작업에도 불구,하한정가를
강타하고 있다.

전직대통령중 한사람의 비자금이 긍융실명제실시로 묶여있다는 설은
그동안 심심찮게 나돌았으나 그때마다 루머일 정도라며 넘어갔었다.

그러나 김영삼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서장관의 발언은 개혁정책보완과
당정개편등 국정운영방향을 놓고 민주.민정계가 갈등을 겪고 있는
미묘한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본인의 즉각적인 해명에도 불구,단순한
설이상의 무게가 실리면서 여러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비보도"를 전제로한 서장관의 발언이 고도로 계산된
민주계측의 의도적 "흘림"으로 보는 시각과 단순한 실수에 불과하다는
양론이 맞서 있다.

서장관 발언의 "고의성"여부는 발언당시의 정황을 살펴보면 어느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서장관은 지난 1일 일부 기자들과 저녁을 함께하며 지방선거결과등을
화제로 얘기를 나누다 "임기중 정치자금을 한푼도 받지 않겠다"고 천명한
김대통령의 개혁의지가 불변임을 강조했다.

문제의 발언은 여기서 터져나왔다.

5.6공과는 사뭇 달라졌다는 얘기를 하면서 전직대통령 얘기가 나왔던것.
서장관은 전.노 두 전직대통령중 어느 한쪽이 대리인을 자신에게 보내
"2천억원을 국가에 헌납하면 나머지 2천억원에 대해선 실명전환 과정에서
자금출처조사를 면하게 해줄수는 없겠느냐"고 타진해왔다고 밝혔다.

서장관은 한이헌청와대경제수석과 추경석국세청장등에게 "배려"가능성을
문의해본 결과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서장관은 특히 두 전직대통령중 한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두사람중
한사람은 맞다"고만 말하고 대리인의 신분도 알고있으나 밝힐수 없다고
언급했다.

평소 서장관의 성격이 솔직담백하고 정치일선에서 오래 떠나 있었던
점등을 고려하면 비자금설은 서장관 개인의 단순 실수로 봐야한다는
당지도부와 민주계측 시각이다.

특히 그 모임의 성격이 서장관이 기자들을 초청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
당의 한 관계자가 유대강화 차원에서 주선한 모임이었다는 점에서
서장관이 "작심"하고 나올만한 자리가 아니며 "우발적"인 발언이었다는
주장이다.

그런만큼 민자당지도부는 서장관 발언이 향후 정국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며 파문이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 부심하고 있다.

자칫 민정계 일각에서 김대통령의 대선자금의 "도덕성"을 걸고 넘어지는
사태로 이어질 경우 정국이 걷잡을수 없는 상태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계산도 깔려있다.

그러나 민정계 일각에서는 "왜 하필 이런 때 그런 얘기를 했는지
이해할수 없다"며 "이는 TK의 8월말 결단설등을 겨냥한것일 가능성도
있다"고 의도적으로 흘렸을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김윤환총장이 5.6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점을 고려할 때
김총장 견제용 발언이 아니었나 의심하고 있다.

최근 정호용의원의 1백억원짜리 계좌설이 나돈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어쨋든 야권이 호재를 만나 이를 물고 늘어질 것으로 보여 서장관의
발언파문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여권내부에
엄청난 회오리를 몰고올 가능성도 없지않다.

< 김삼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