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에는 요즘 "25시간 회사"로 불리는 업체들이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관 삼성전기등 "전"자 3형제 회사들이다.

"25시간 회사"란 이들 3사에겐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생산공장을 24시간 풀 가동하고도 바이어들이 원하는 만큼의 물량을 대주지
못하고 있는 것.

반도체 브라운관 전자부품등에 대한 바이어들의 오더가 끊이지 않아서다.

이들 회사의 영업부서엔 주문을 거절해야 하는 "곤란한 전화"를 받지
않으려고 자리를 피하는 직원들도 많다.

그래서 그룹내에서는 이들 회사를 두고 "영업이 필요없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 "전"자 돌림 3형제중 맏형격인 전자는 반도체의 대호황세를 타고
작년에 이어 "신기록 경신"을 위한 행군을 계속하고 있다.

이 회사를 두고 올들어 매달 3천억원씩의 매출이익을 내고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반도체는 없어서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의 추세면 올해 목표점으로 잡은 매출 14조원과 순이익 1조7천억원
돌파는 "누워서 떡먹기"다.

지난해 민간제조업체로서 매출(11조5천억원), 순이익(9천4백50억원), 수출
(1백억달러)등 3개분야에서 차지한 "최고" 타이틀을 경신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얘기다.

오히려 올 연말 실적이 어디까지 올라갈 것이냐가 관심거리다.

삼성전관도 주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주력상품인 브라운관의 오더가 올 연말까지 밀려있는 상황이다.

이 회사의 호황은 말레이시아공장 증설에서도 엿볼 수 있다.

삼성전관은 최근 말레이시아 공장의 브라운관 생산라인 2개를 증설키로
결정했다.

올초부터 시작한 생산라인 추가 건설작업이 끝나자 곧바로 2개 라인을
더 늘리기로 한 것.

불과 6개월만에 연산 3백만개의 생산규모를 9백만개로 확대키로 한 것이다.

"만드는 데로 팔려나가는 데 생산량을 늘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삼성전관
박근희이사) 삼성전기는 규모면에서는 "두 형"에 못미치지만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의 올해 순이익 목표는 5백50억원이다.

지난해보다 5백80%나 높은 수치다.

이미 올 상반기에 약 2백억원의 순이익을 냈다는 사실을 보면 이 목표는
결코 무리한 수준이 아니다.

삼성전기는 첨단 제품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것이 성공했다.

여기에다 엔고의 바람까지 탔다.

이 회사의 대표적 효자품목은 MLB(다층인쇄회로기판).

MLB는 반도체 회로등을 부착하는 첨단 제품이다.

작년까지 매년 1백억씩 적자를 내던 이 제품이 올해들어 달마다 10억원씩
의 이익을 내고 있다.

칩 부품도 물건이 없어서 못파는 형편이다.

이 제품은 올해 8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지난해보다 8백%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영업부에서 하는 일이 바뀌었다. 작년까지는 물건을 사달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올해는 주문을 축소해 달라고 사정하고 있다"(삼성전기 조경수
경영기획실장)

업계가 삼성그룹 "전"자 3형제의 이같은 대호황에 주목하는 것은 세트제품
이 아닌 부품에서 큰 이익을 내고 있다는 것.

전자가 하늘처럼 여기는 반도체도 따지고 보면 전자부품중 하나에 불과
하다.

전관이나 전기가 생산하 는 제품은 모두 부품이다.

이들 회사는 다른 부품메이커들과는 달리 모기업격인 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전관은 브라운관 생산량의 20%정도를 전자에 판다.

전기는 전자에 납품하는 비율이 40%수준이다.

나머지 제품은 해외로 수출한다.

모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홀로 서기"에 성공한 것.

"전자산업의 무게중심이 완제품에서 부품으로 이전되고 있는 흐름을 제대로
탄 결과"(전자공업진흥회 이상원부회장)란 지적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세계전자산업의 호황에 따른 "반짝 돌풍"이라는 주장도
있다.

주력제품이 고부가가치제품이 아닌 중저가 제품이라는 것.

예컨대 전자의 주력상품인 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 일변도다.

전관의 브라운관은 값이 비싼 대형제품 생산비중이 낮다.

전기 역시 MLB를 제외하곤 일본업체들이 생산을 중단한 범용부품생산에
의존하고 있다.

판매량은 많지만 독자적인 기술로 수요를 창출하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시장이 침체될 경우 자생력을 가질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전"자 3형제 회사가 부품산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들 회사가 독자기술 확보를 통해 부품산업을 "부품산업"으로 끌고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