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기업중 노무라증권보다 더 "구관이 명관"이란 말을 절감하는
기업도 없을것 같다.

4년전 회사를 떠난 전회장과 전사장이 막후에서 노무라의 잃어버린 영광을
되찾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다부치 세쓰야전회장과 다부치 요시히사전사장은 지난 2.4분기중 노무라가
23억여엔의 세전이익을 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노무라는 지난 94회계연도에 440억엔의 손실을 냈다.

노무라증권의 흑자전환은 "빅 다부치"와 "리틀 다부치"로 불리는 이 두명의
구관이 음양으로 도움을 줬기에 가능했다.

빅 다부치는 다케시타 노보루전총리같은 정계실력자들과의 두터운 친분을
활용,증권업계의 영업환경을 좋게 만드는 일에 애썼다.

세일즈의 귀재였던 리틀 다부치는 노무라증권의 베트남진출에 크게 기여,
노무라가 베트남시장에서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도록 했다.

그는 지난 몇년간 과거 경험을 십분 이용, 노무라의 베트남진출팀을 진두
지휘했다.

두사람의 도움이 이처럼 빛을 발하자 노무라증권은 최근 이들을 이사회의
정식 멤버로 재기용, 이사고문이라는 직책을 주었다.

비록 주식부정거래 스캔들의 주역이라는 오명을 지니고 있지만 두사람의
경륜과 능력이 노무라증권의 회생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빅 다부치와 리틀 다부치는 지난 91년 일본증권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주가조작및 고객손실보상 스캔들의 주인공들이다.

당시 두사람의 지휘하에 있던 노무라증권은 대형고객인 일본갱단두목을
위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도큐사(철도업체)의 주식을 사도록 권유했다.

갱단두목이 노무라증권이 추천한 주식을 샀다가 거액의 손실을 입자 두목이
보유중이던 이 회사주식을 끌어올려 주기 위해서였다.

이 일로 두사람은 회장과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노무라의 빅.리틀 다부치 재기용에 대해 일본정부와 관련업계는 매우
못마땅한 표정이다.

기업이익도 좋지만 오점으로 얼룩져 있는 전직 임원을 다시 끌어쓴다는
것은 상도의상 있을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한다.

노무라증권은 세상의 따가운 시선때문에 두사람의 활동을 비밀에 부치면서
이들의 대외인터뷰도 금지하고 있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