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대부분 머루와 다래에 대한 추억을
갖고있다.

다래는 목화의 꽃봉우리가 맺힌 후 씨방이 발달해서 생기는 열매.목화꽃이
피면 40일에서 60일정도 지난후 다래가 익고 말라서 흰솜이 돼 면의
원료가 되는 것이다.

바로 이 다래에서 현대의학의 최대과제로 불리는 암을 예방하고
간염도 치료할 수 있는 물질이 추출돼 의약계의 주목을 끌고있다.

다래에서 암예방물질을 추출한 주역은 종근당 종합연구소의 약리안전부.
김준겸박사가 이끄는 이 팀은 지난 92년 우연히 이 연구소의 고문으로
있는 서울대약대 박만기교수로부터 하나의 아이디어를 제공받았다.

그것은 천연물의 다당류성분이 면역을 증강시키는 작용이 있다는데
착안,단 맛이 있는 다래에도 이러한 활성이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였다.

연구소에는 각종 아이디어가 많이 들어온다.

그러나 실제로 천연물에서는 활성성분을 추출해내기도 어렵고 목화의
다래는 약물로서 성분이나 약효가 검증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때문에 김박사는 "연구에 착수한다는 것자체가 대단한 모험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단 연구에 착수키로하고 목화의 씨방이 다래로 자랐을때쯤인
7월말에서 9월초에 파종시기,재배위치,크기등을 고려해 미성숙다래를
선별채취했다.

채취후 이물질을 없애고 생리활성성분인 다당성분을 증류수로 추출해
에텔과 부탄올로 고분자분획과 저분자분획으로 분리정제했다.

"초기의 약리실험결과 다당류의 면역증강효과는 별로 좋지않은
것으로 나타났읍니다. 낭패감을 느꼈지만 포기하지 않았읍니다"

혹시 항암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를 걸면서 항암제개발팀과
공동실험에 착수했다.

"사실 항암제는 암세포를 죽일 정도이므로 독성이 아주 강해야하는데
그동안 숱한 사람들이 다래를 먹어봤어도 부작용이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못했거든요. 그래서 항암제로서의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했읍니다"

그러나 항암실험결과 의외로 좋은 효과를 나타냈다.

실험쥐에게 고형암을 주입한 후 다래에서 추출한 여러가지 성분을
투여했는데 그가운데 CRD401로 명명된 저분자다당성분의 실험결과
암의 크기가 대폭 줄어들고 이 결과 생존기간이 길었다.

또 사전에 이 물질을 투여받은 쥐들은 암세포를 집어넣어도 암에
걸려 사망하는 비율이 투여받지않은 쥐보다 크게 적었다는 것이다.

즉 암이 발생한 후의 치료제로서보다는 사전에 암을 예방하는 예방제
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다.

또 항암제의 가장 직접적이고 현저한 독성이 체중의 급격한 감소현상인데
5백여마리의 쥐를 관리했던 한현정연구원은 "이 물질을 계속 투여받고도
쥐들이 여전히 피둥피둥한 것을 보고 예감이 좋았다"고 말한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이미 암에 걸린 환자를 대상으로 암세포를
제거하는 치료법보다는 사전적으로 암의 발생을 억제하는 예방적항암체제
(Chemopreventive System)라는 개념이 확산되고있다"고 말하는 김박사는
앞으로 세계항암제시장에서 예방적항암제가 주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CRD401의 신약으로서의 시장성도 매우 밝다는 이야기다.

한편 정구헌종근당종합연구소부소장은 이 물질은 우선 단기적으로는
일반의약품제제로 개발하고 97년까지는 단일성분으로 분리,신약으로
개발할 계획이라며 G7프로젝트 신의약개발지원과제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 김정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