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현이다. 물을 달라" "옷을 벗고있어 부끄러우니 덮을것을 달라"

매몰 3백77시간만인 15일 오전11시15분께 기적적으로 구조된 박승현양
(19)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의식이 뚜렷했다.

승현양은 최명석씨보다 6일,유지환양보다 4일 더 매몰기간이 길었지만
건강상태가 더 양호했다.

특히 물한모금도 마시지 않은 상태로 17일간을 버텼던 것으로 확인돼
의학계마저 놀라게 하고있다.

승현양은 구조직후 119구급차속에서도 "오늘이 며칠인가""사람들이
많이죽었느냐"등 많은 말을 하려고 해 의사가 "건강을 위해 말을
자제해달라"고 할 정도였다.

박양은 이름대로 현명하게 죽음의 그림자를 이겨내고 기적을 만들어
냈다.

[[ 생존확인.구조 ]]

박승현양의 생존징후가 처음으로 발견된 시각은 오전 11시께. 당시
구조반은 산천개발직원 안광식씨와 포크레인 기사 조연길씨등과 함께
무너진 A동 지하2층상판제거 작업중이었다.

조씨는 포크레인작업중 상판이 울렁거리자 상판밑에 공간이 있을것으로
확신,안씨등과 함께 상판밑 철근등 잔해를 걷어내고 돌아서는 순간 잔해에
찔린 박양의 "아"하는 신음소리가 났다.

안씨는 "안에 누가있느냐""이름을 말해보라"고 소리질렀고 "박승현이다,
살려주세요"라는 큰소리의 대답이 들려왔다.

이후 안씨와 구조대는 사고본부에 "생존자가 있다"는 긴급무전을 쳤고
구조현장은 일순간에 흥분과 환호에 휩싸였다.

그리고 약15여분후 박양은 구조대가 들여보낸 모포로 몸을 감싼채
들것에 실려나와 17일만에 시원한 바깥공기를 마시며 병원으로 향했다.

[[ 구조작업 ]]

박양의 생존이 확인되자 사고대책본부와 구조대는 모든 잔해제거작업을
중단하고 모든 구조인력과 장비를 집중 투입했다.

구조대는 최명석군과 유지환양을 구조할 때와 마찬가지로 일단
포크레인으로 지하2층 상판(지하1층 천정)밑을 파내 출입구를 넓힌뒤
다시 상판안을 긁어내 박양의 몸이 완전히 보이도록 했다.

출입구가 열리자 구조대는 몸을 눕히고 들어가 박양에게 물수건을
건넸고 모포로 몸을 감싼뒤 끌어냈다.

박양이 있었던 곳은 최명석군과 유지환양이 있었던 공간보다 비교적
넓어 구조작업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박양을 발견한지 15분만에 구조작업이 완료된 것도 생존공간이 컸기
때문이었다.

[[ 후송 ]]

들것에 실려나온 박양은 즉각 대기하고 있던 119구급차에 실려 최군과
유양이 입원중인 인근 강남성모병원으로 향했다.

구급차에 대기중이던 간호사와 의사들은 박양에게 산소호흡기를
달았으며 맥박상태와 심장박동을 체크했다.

후송도중 박양은 "오늘이 며칠인가"라며 의사와 대화를 나누려고
했다.

그러나 의사는 박양의 건강을 위해 말을 하지말도록 제지시키기도
했다.

[[ 응급치료 ]]

박양을 기다리고 있던 강남성모병원측은 도착즉시 응급실로 박양을 옮겨
모든 신체부위에 대한 체크를 실시했다.

김인철원장은 "맥박이 조금 빠르긴 하지만 심전도상 이상이 없는것으로
밝혀져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며 "의식과 혈압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상"이라고 전했다.

김원장은 특히 "박양이 물을 거의 마시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그런대도
박양의 건강상태가 유지환양보다도 양호하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