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는 이유보다 되는 방법을 찾자"

두산유리 군포공장은 작업장 곳곳에 이런 표어를 큼지막하게 내걸고 있다.

생산현장에서 드물지 않게 부닥치는 장애요인을 없애기 위해선 근로자
모두의 적극적인 문제해결 의지가 긴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근로자들로 하여금 어떤 어려운 문제점에 대해서도 "되는 방법"을 짜내게끔
유도(제안제도)하고, 그걸 적극 수용해 생산혁신을 꾀한다는게 두산 군포
공장의 "신생산혁명 해법"이다.

작년 한햇동안 현장의 근로자들로부터 모아진 "되는 방법"은 자그마치
3천1백51건.

1인당 13.7건이나 된다.

고기가 많아야 월척도 낚이게 마련.

군포공장은 "혁신대상"제도를 운영해, 월척을 유인하고 있다.

작년부터 추진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 "BPM(Bottle Per Minute,분당
병 생산량) 10% 향상운동"의 아이디어도 "혁신대상"제도에서 건져진 월척중
의 하나다.

"BPM 10% 향상운동"은 주생산품목중 하나인 링거 병의 분당 생산량을 기존
의 60개에서 66개까지로 늘려 생산성을 향상하자는 것.

제안내용에 따라 맨먼저 설비의 회전속도부터 빠르게 했다.

그래서 1분에 66개의 병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회전시 발생하는 열때문에 구부(병의 목부분)가 손상된 불량품이 속출했다.

냉각방법을 개선시켜야 했다.

회전속도를 높이면서도 열을 감소시키는 방법은 없을까.

고심끝에 생각해낸 방법이 IS(Individual Section) 머신(유릿물을 받아
1차로 병모양을 성형하는 기계)을 개조하는 작업.

"IS머신에는 구부를 냉각시키는 에어라인이 하나뿐이다. 이 라인을 두 개로
분리했다. 이렇게 해서 효과적으로 공기를 주입해 회전율을 향상시켰다"
(품질환경경영팀 여창현과장).

오랜 고민후에 얻은 짧고 간단한 해법이었다.

에어라인을 분리하는데 들어간 돈은 5천4백만원.

그러나 그 효과는 비용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지난해 13억원의 매출증대 효과를 거둔 것.무려 24배가 넘는 "괜찮은
장사"를 해냈다.

이 공장은 현재 1분에 66개의 링거 병을 만들어내고 있다.

10% 생산량 향상의 목표치를 거뜬히 달성해냈다.

이에 따른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았다.

"BPM 10% 향상"이라는 난제를 훌륭히 해결한 것에 힘입어 "망점(half
tone) 인쇄기술"개발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인쇄기법은 프랑스에서만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고난도기술.

"망점 인쇄"는 유리병에 무늬를 그려 넣는 일반적인 방법인 "옵셋 인쇄"
와는 달리 미세한 점(망점)들을 혼합시켜 다양한 색조를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14개월여의 끈질긴 시도끝에 군포공장은 현재 기술개발 단계를 거의 완료
했다.

또 다른 월척을 낚기 직전에 있다.

소요된 경비된 고작 50만원.

이로 인한 매출 증대효과는 연간 2억원이상.

"푼돈"으로 "거액"을 거머쥐게 됐다.

물론 항상 좋은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실패의 경험도 겪었다.

그러나 실패로부터 얻는 소득도 컸다.

"과제를 추진하다 실패해도 다시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 생긴다"(설비관리팀
김영민차장).

"혁신대상"제도가 근로자들에게 "도전의식"이라는 "덤"을 안겨줬다는 설명
이다.

현장으로부터 쇄도하는 "목소리"가 "되는 방법"이었음이 확인되고 나면서
부터 군포공장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근로자들의 눈에 "안되는 이유"보다 "되는 방법"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
이다.

<군포=이건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