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과 휴가철을 앞두고 무협소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김병총씨의 "대검자"(전2권 미리언출판사)와 서효원씨의 "풍운세가"(전3권
서울창작패밀리)가 동시에 출간됐으며 "마계마인전"(미즈노 료저 이미화역
전7권 들녘),"퇴마대왕"(오기노 신저 박래영역 전3권 예원사),"검성 쓰카하라
보쿠덴"(쓰모토 요저 이원하역 전2권 최정)등 번역소설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기존에 출간된 "영웅문"(고려원),"태극문"(서울사),"의천도룡기"(박우사)등
도 다시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진입하고 있다.

무협소설이 이처럼 인기를 끄는 것은 계절적인 수요탓도 있지만 2~3년전
부터 불기 시작한 "신무협소설 바람"을 타고 출판사들이 이를 불황타개의
돌파구로 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이같은 추세는 복잡한 내용보다 가벼운 읽을거리를 선호하는 신세대의
독서취향과 맞물려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른바 "신무협소설"로 불리는 이들작품은 중국의 무림을 중심으로 한
종래의 형태에서 벗어나 무대와 스케일이 확대됐다.

내용면에서도 인문사회과학과 첨단이론등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구성이나 문체 또한 신세대에 맞게 발랄하고 감각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검자"는 고려왕조 몰락직후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왕손이 사직의
재건과 복수를 위해 무술을 연마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외딴섬의 보물을 놓고 무림의 최고수들이 불꽃튀는 대결을
벌인다.

우리나라 무예서 "무예도보통지"에 나오는 전통무술을 전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풍운세가"는 전형적인 중국무협물.북무림의 패자로 군림하던 풍운세가에
어느날 7명의 상인이 찾아든다.

그들은 강호를 주름잡는 대무림탑의 사자들. 죽음의 잔치끝에 홀로 포로가
된 주인공은 풍운삼법을 연마하며 녹슨 무명마검과 오대마수를 얻어 대무림탑
에 복수를 시작한다.

"퇴마대왕"은 악귀를 물리치는 퇴마사들의 얘기를 담고 있다.

어둠속의 악을 대표하는 "대마왕"이 무림의 악당처럼 나쁜짓을 계속하자
"공작왕"등 빛의 전사들이 나서서 통쾌하게 물리친다는 내용으로 상징성이
강하다.

"검성 쓰카하라 보쿠덴"은 일본전국시대 최고의 칼잡이와 그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일본검객들의 무사수행,피비린내나는 권모술수등을 다뤘다.

칼문화가 정점에 달했던 일본의 정치경제사와 풍속사를 입체적으로 묘사한
것이 이채롭다.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