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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라면 누구나 번쯤 탈샐러리맨을 꿈꾼다.

사업을 시작해 사장이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들중 절반이상이 3년안에 사라진다.

준비가 부실했던 까닭이다.

사장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실질적인 창업방안을 취재, 주1회
게재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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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의 이석우과장은 몇달째 심각한 갈등에 빠졌다.

대학을 졸업하고 현대그룹에 공채로 입사한지 12년째.

남들만큼 승진도 했고 전기설비부문에서는 사내에서 인정받는 사원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뭔가 잘못되고 있따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임원으로부터 꾸중이라도 들을땐 자신의 뜻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몹시 괴로웠다.

과연 이대로 월급쟁이에 만족하며 살것인가, 그냥 주저앉고 말것인가, 그래
당장 사표를 던지자.

아니다, 사표를 던지면 어떻게 처자식을 먹여살릴 수 있을까, 남들은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만으로도 어깨를 으쓱해 하는데 애써 쌓아놓은 자리를
단숨에 버릴수 있나.

이과장은 고민끝에 스스로 절충안을 내놓았다.

"맞아. 앞으로 6개월간을 사업 시작 준비기간으로 정하고 아이템설정 및
사업계획이 완료되면 그때 사표를 던지자"

그로부터 6개월뒤인 지난 90년 10월 그는 사표를 냈다.

그리고 이과장은 우석전자시스템을 창업하고 대표이사장이 됐다.

전기공학을 전고한 그는 전공과 현대에서의 경력을 그대로 살려 전파가
도달하지 않는 지역에서 이동통신을 이용할 수 있는 장비를 설치해주는 사업
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어려웠으나 핸드폰 삐삐 무전기 등의 이용이 늘어나면서 지하철역
지하주차장 지하상가등에서 주문이 밀어닥쳤다.

우석전자는 문화일보빌딩을 비롯한 서울시내 고층빌딩과 각지하철역 등에
송.수신장비를 설치했다.

빠르게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오래전의 일이지만 국민은행 신촌지점에 근무하던 박상희씨도 현대의
이과장과 비슷한 고뇌에 빠졌다.

대구상고를 나와 은행에 들어온지 9년째가 되면서 더이상은 은행원으로
눌러앉아 있을 수는 없다는 마음이 굳어졌다.

사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9년간 월급을 받아 저축해놓은 돈 이외에는 사업을 할만한 밑천이
없었다.

6개월간을 준비한 끝에 일단 이 덜드는 건자재 수입업부터 하기로 하고
사표를 냈다.

평소 그를 아끼던 지점장은 "도대체 무슨 영문이냐"며 한사코 말렸다.

지점장은 은행원이 사업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사표를 받아주지 않았다.

"사표수리를 앞으로 3개월간 유보해줄테니 출근하지 않아도 좋다.

3개월뒤에 다시와서 사업에 성공할 자신이 있으면 그때 사표를 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그동안 사전준비를 해온 박상희씨는 그다음날 지점장을 찾아가
단호하게 사표를 냈다.

그로부터 16년뒤인 현재 박상희씨는 미주실업 미주제강 미주철강 미주
금속등 6개업체를 거느린 중견기업의 회장이자 5만명에 이르는 중소기업
사장들의 대표인 중소기협중앙회회장이 됐다.

월급재이가 사표를 던지고 창업의 길로 들어서는 사정은 여러갈래이다.

동기도 다양하고 선택하는 업종도 각양각색이다.

금산산업의 한상이사장은 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금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현대고분자의 김두철사장은 노루표페인트회사에 다니다 전셋집을 사글세방
으로 옮기고 남은 돈으로 화공약품업체를 차렸다.

현대정밀의 이영호사장은 외환은행을 다니다 부실거래업체를 인수, 사업
을 시작해 1년만에 중견기업인으로 올라섰다.

인천에 있능 강화플라스틱사출업체인 아산기연의 이철국사장은 현대건설
의 같은 사무실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다 같은날 사표를 내고 나와 사업을
시작했다.

공장에 화재가 나는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지금은 중견기업인으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다졌다.

물론 회사를 다니다 사업을 하기위해 사표를 던진다고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중견기업이상으로 올라선 이들 사장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은뒤 "꼭 6개월에서 1년간의 준비기간을 가지라"고 당부한다.

창업한뒤 쉽게 망하는 기업들 대부분이 창업준비기간을 두지 않았거나
아이템을 잘못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관재현대교역사장은 "아이템을 잘 선택한 것은 이미 장사를 절반은 해
놓은 셈"이라며 준비기간이 6개월이상이라면 절반인 3개월이상을 아이템
선정에 힘을 쏟으라고 강조한다.

이종만신우금속사장은 "아이템을 잘못 선정한 것은 잘못 끼운 단추와 같이
빨리 포기하고 다시 시작하는게 가장 빠른 길"이라고 충고한다.

이사장은 창업의 사전준비절차를 이렇게 소개한다.

"아이템설정뒤엔 먼저 시장조사를 해야한다.

시장조사항목은 고객수 국내시장규모 경쟁상대판매방법가격등이다.

시장조사가 끝나면 함게 일할 사람찾기, 돈줄 구하기, 사무실 임대, 사업장
설정, 생산방법,부문별 설비 투자비용계산, 사업계획서 작성을 일정에 맞춰
짜야 한다.

사업계획서가 짜여지고 위기를 도전의 기회로 바꿀 용기가 굳어지면 이때는
사표를 던져도 좋다"

< 이치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