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문별 영업한도를 없앤다니 듣던 중 반가운 애기입니다" -4일 반응.

"곰곰히 훑어보니 강제로 주특기를 정하려는 의도인데 금융자율화에 전면
역행하는 것 아닙니까"-5일 상황. 재정경제원이 투자금융.종합금융간의
영역통합 방안을 발표한 지 단 하루만에 관련업계의 반응이 "환영일색"에서
"흥분"으로 돌변했다.

발단은 새로 생기는 종합투자금융사를 비교우위에 따라 전문특화하도록
제도화하겠다는 정부의 발상 때문.

"특화를 인위적으로 유도하지 않을 경우 리스등 일부 부분에서 과당경쟁이
우려되는데다 금융시장의 혼란이 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개편안을 짠 재경원 진영욱 자금시장과장의 말이다.

그래서 내년 7월 종투사 인가를 내주기 전에 회사별로 단기금융
국제금융리스 기업금융서비스등중에서 일종의 주력업종인 "주특기"를
선택부여하겠다는 방침인 것.

이같은 전문특화부분의 사전조정 방침에 대해 투금.종금등 해당회사들은
"시장경제 기능에 맡겨 개별 회사들이 자연스럽게 주특기를 갖도록 해야
한다"며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처음으로 국제금융 리스등 기존의 종합금융 업무를 취급하게
될 서울투금사들의 반발 정도가 심하다.

"아니,새로 업무도 안해봤는데 미리 주특기를 정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모투금사 K차장).

이제야 부문별 한도규제가 사라져 자신있는 영업부분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며 들뜬 분위기에 휩싸였던 종금사들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솔직히 영역통합으로 큰 벽을 허물면서 전문특화 유도라는 작은
벽을 또하나 쳤으니 결국 규제완화를 안하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지요".

H종금사 P부장의 해석이다.

사실 정부가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던 96년7월에 태어나는 종투사는
업계스스로 수익성과 단.중장기사업성을 따져가며 주특기를 찾아갈
수 밖에 없다.

작년 하반기 지방투금사에서 종금사로 전환한 9개 후발 종금사들이
1년이다 되도록 아직도 투금업종인 단기금융에 치중할 뿐 리스나
국제금융에서 걸음마 수준인 것을 봐도 주특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있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종투사 간판을 내걸 서울투금사 출신 8개사들은 당분간 수익성이
좋고 기반이 탄탄한 단기금융에 주력하면서 단계적으로 리스 국제금융
투신쪽으로 영역을 넓혀갈 갈 것이라고 동양투금 안정주 종금업무부
차장은 전망했다.

또 6개 선발 종금사들도 신규사와 월등하게 비교우위에 있는 국제금융및
리스부문의 자금운용을 강화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이러다보면 정부가 걱정하는 50조원대의 단기금융시장의 위축에 따른
기업의 자금난은 기우에 불과할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또 최근 마진경쟁이치열한 리스시장에서도 신규 참여사가 무턱대고
물을 흐릴 정도로 출혈경쟁을벌인다는 것도 과민전망일 것이란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의 "논산훈련소에서 기본훈련도 시켜보지 않고 입대와
동시에 주특기 주는 식"의 제도는 자칫 금융기관간의 경쟁을 왜곡,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고할 여지가 많다.

이와관련, 재경원은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계는 재경원의 이같은 말을 곧이듣지 않는다.

이미 지난 93년5월 발표한 신경제5개년 계획에 비교우위에 따른
전문특화 유도방침이 들어어있는데다 이번 발표내용에 "자금운용액중
일정부분(30-50%)이상을 특화업무에 운용토록 한다"는 구체적인 방법이
언급됐기 때문이다.

<정구학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