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4일 구본무회장 주재로 갖는 월례 그룹임원회의는 지방화시대의
달라진 재계 풍속도를 실감케 하는 첫 이벤트로 기록될 것 같다.

수도권 사업장의 임원들만이 참석해 온 이 회의에 광주 청주 여천 창원
구미 평택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있는 주재임원들이 대거 테이블에 앉는 것.

이날 회의는 주제부터가 "지방화시대 그룹 대응전략과 역할 모색"이다.

그룹 씽크탱크인 LG경제연구원의 이윤호대표이사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로부터 각종 인.허가권을 넘겨받는등 실질적인 정책결정권을
행사하게 됐다"며 "이에따라 그룹 차원에서도 경영을 지역별로 분권화하는
등의 대응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해졌다"고 설명한다.

경영의 지방 분권화-.

지난 1일 전국 15개 시.도의 민선단체장들이 일제히 "집권"을 시작함에
따라 재계에 새롭게 추가된 "경영 화두"다.

현대 삼성 LG 대우 선경등 대기업그룹들은 이미 그런 방향으로의 경영체제
개편을 시작했다.

특히 삼성과 LG의 대응이 발빠르다.

삼성은 전국을 서울.경기 강원 대전.충청 광주.호남 부산.경남 대구.경북
등 6개 지역권으로 나눠 구역별로 그룹을 대표하는 지역장을 배치했다.

또 지역별로 산업단지를 특화하는 한편 소단위 지방공장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예컨대 서울.경기에는 멀티미디어와 연구개발단지를 집중하고, 광주.호남권
에는 현재 수원에 있는 가전생산라인을 모두 이관하며 반도체 유리등 신소재
공장을 대거 신설한다는 식이다.

LG는 연초 서울시정개발 연구원에 의뢰한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지방
사업장의 권한을 확대하고 <>지방화사업과 SOC(사회간접자본)사업을 연계해
지방행정당국과의 유대를 강화한다는 방향의 대응전략을 수립해둔 상태.

한라그룹같은 경우는 시멘트 중공업 기계등 각 계열사의 본사를 지역
생산거점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정인영그룹회장은 전남도내 공단조성에 앞장선 공로로 지난달 전남
도청으로부터 "명예도민"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정회장은 명예도민에 추대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라그룹 본부를 전남
으로 옮기는 방안까지 검토중"이라는 메가톤급 뉴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타이어업체인 금호는 지난해 본사를 광주로 이전하는 "실천력"을 발휘했다.

이처럼 지방화를 겨냥한 각 그룹들의 움직임은 부산하다.

현대 삼성 LG등은 본사의 전면적인 지방이전은 "일단 보류"하되 상품개발
기술.연구 교육연수 홍보 마케팅 서비스등 일부 분야의 본사기능은 지방으로
적극 이전전한다는 방침이어서 주목된다.

< 이학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