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살았다"

무려 51시간동안 지하3층에 갇혀 죽음과 사투를 벌이다 극적으로 구조된
24명의 신천개발소속 백화점관리용역인부의 일성이었다.

이들이 생존해있는 것을 확인하고 구조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9시간30여분만에 들린 생존의 목소리였다.

이들의 목숨을 건져준 것은 건물이 붕괴되면서 절묘하게 형성된
4평남짓의"삼각공간"때문이었다.

이 작은 공간속에 성인 24명이 51시간동안 쪼그리고 앉아 오직 삶에
대한 일념으로 손에 손을 잡고 구조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들것에 실려 나온 뒤 병원으로 후송된 이들 생존자들은 "사고직후부터
살려달라며 절규하기도 하고 벽을 두드리는 방법으로 살아있음을 외부에
알리기위해 몸부림쳤다"고 말했다.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모두가 두려움에 떨었어요. 우리가 있었던
곳이 지하3층이어서 구조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공간이
있어서 버티기만 하면 살 수도 있을 것이란 마음을 먹고 서로 격려했어요"

구조된뒤 강남시립병원으로 후송된 이계준씨(51)는 지하3층에서의
51시간의 상황을 전했다.

51시간동안 암흑속에서 앞을 볼 수 없었던 것이 가장 두려웠고 눈을
뜨고 있으면서도 죽어있는 것같은 느낌이었다고 이씨는 전했다.

이씨는 동료인부중 2명이 탈진상태를 보여 비좁은 공간에나마 자리에
눕혀안정을 취하게 했다며 아마 조금만 더 구조작업이 늦어졌다면 이들은
살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구조대에 고마움을 표했다.

함께 구출된 이일형씨(57)는 젊은 부인과 여자들이 숨졌다는 소식을
접하자 "늙은이들은 다 살고 젊은 처자들이 목숨을 잃었다니 가슴이
아프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탈진되고 부상당한 동료들도 있었기 때문에 4평의 공간이
비좁았고 공기가 잘 통하지 않아 숨을 제대로 쉬기도 어려웠다고
전했다.

생존자들은 "처음에는 두려움이 엄습해 아무 말도 못하고 떨기만 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용기를 북돋우기 위해 자기 삶에 대한 얘기를 하며
정신을 잃지 않으려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생존자중 최연장자인 임춘화씨는 죽는 줄만 알았는데 구조원들이 목숨을
구해줬다며 군경민간구조대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임씨는 "사고시간이 퇴근시간 무렵이어서 옷을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에
모여있어서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 특별취재팀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