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지방선거 결과는 ''여당의 참패 및 지역할거주의의 대두''로 요약할 수
있다.

민자당은 전국 15개 시.도지사중 5개를 얻는데 그쳐 여소야대 정국의 부담
을 안게됐다.

특히 야당의 서울시장 장악은 여당측에 적지않은 심리적 족쇄로 작용할 것
으로 보인다.

반면 정계은퇴 2년만에 선거전에 뛰어든 DJ(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는 호남
과 수도권에서 세력을 재결집했고 JP(김종필 자민련총재)는 충청권을 중심
으로 기반을 확보했다.

여기에 대구.제주등에서는 ''반민자''정서속에 무소속 바람이 강하게 일었다.

크게 보면 정국은 4개지역권으로 나뉜 셈이다.

이같은 양상은 향후 정국구도 향방에 커다안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예견된다.

지역등권론을 내세운 DJ의 사실상 정계복귀와 JP의 내각제 주장, 이에 맞선
김영삼 대통령의 세대교체로등 선거과정에서 돌출된 쟁점들은 향후 정국방향
을 좌우하게 될 핵심사안이다.

여기에 DJ, JP두 김씨의 지방선거 지원으로 부각된 지역감정문제는 정치권
은 물론 일반 시민들 사이에도 특정 인물에 대한 시비를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세대교체론과 내각제 개헌에 대한 논란은 각정파들의 이합집산과 지역
정당탄생 가능성고 시사하고 있다.

특히 김이사장이 JP가 추진하는 내각제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냄에 따라
세대교체론과 내각제 개헌 논의는 동전의 앞뒷면을 이루면서 정국변화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전망이다.

우선 변화의 시동은 JP가 예견했듯 여당내에서 시작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측은 선거윤곽이 드러난 직후 "향후 정국운용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급격한 정국변화를 부인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선거참패에 따른 내.외적 압력을 헤쳐나가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새길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다다랐다는게 정가의 대체적인 시각
이다.

그동안 과도체제로 유지해온 여당지도부를 현실화, 실제화할지 아니면 김
대통령이 직접 나서 두 김씨를 상대해야할지를 결정해야 할 때가 됐다는 주장
이다.

여권은 이번 선거가 싫든 좋든 내년에 치러질 총선과 97년 실시될 대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데 이견을 달리하지 않는다.

이는 다시말해 김대통령의 민자당 운영방식에서 소외감과 불안감을 느껴
왔던 민정계 의원들의 총선을 앞둔 동요와 이완 가능성이 커질 것임을 말해
준다.

이같은 ''원심화'' 현상은 곧 권력누수 현상을 불러와 김대통령의 집권후반
국정운영의 운신폭을 제약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이번 선거승리를 집권으로 연장키위해 파상적인 대여공격을 가할
전망이다.

이과정에서 내각제를 고리로한 DJ와 JP의 연대는 더욱 강화될게 분명하다.

DJ는 선거직후 일단 외형상으로 2선으로 후퇴,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일것
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 내부에 대한 그의 영향력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DJ의 영향력에 반감을 가져온 이기택총재를 비롯 이부영 노무현 부총재의
동교동 견제도 정국변화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KT(이총재)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DJ와 정치적 결별을 선언, 다른
정치파트너를 찾아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또한 이.노부총재등은 재야세력과 연계, 내각제 개헌과 지역할거주의에
대한 조직적 저항을 펼수도 있다.

자민련의 김종필 총재는 이미 선거후 정계개편을 예고하고 실질적인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는 2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민련의 정계개편과정에서 문호를 개방
할것"이라고 말해 3김중 가장 먼저 정계개편을 들고 나왔다.

결국 앞으로 정계개편을 위한 크고 작은 움직임들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움직임의 한쪽은 지역분할 구도를 전제로한 ''정파간 짝짓기''구도이고
또다른 한쪽은 세대교체파들의 결집 및 이에따른 차세대주자들간의 세불리기
싸움이 될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들은 내년 총선까지 정국에 거센 회오리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데 정가의 대체적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