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대 지방 동시 선거에 역사적인 과업을 수행하느라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하지 못한 14명의 사람들이 있다.

북한 동포들의 식량난을 해결해 주기 위해 우리쌀 2,000t을 싣고 북한
으로 가 27일 청진항에서 "사랑의 쌀"을 하역하고 있는 씨 아펙스호(선장
김예민)의 선원들이 그들이다.

씨 아펙스호가 첫번째 대북 쌀수송선으로 선정된 것은 지난 22일.
나웅배부총리가 "북경쌀협상"의 합의문을 발표한 다음날인 이날은 6.27
지방선거의 부재자 투표 마감일이기도 했다.

부재자 투표를 하기 위해선 6월5~9일 사이에 부재자 투표 신고를 마쳐야
했으나 운항 스케줄상 투표일인 27일에는 출항예정이 없었던 씨아펙스호의
선원들은 아무도 부재자 투표 신고를 하지 않았다.

이러한 연유로 이번 선거에 참여하지 못한 14명의 선원들은 선관위에
의해 그저 "기권자"로 분류될 뿐이다.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이들이 국가적대사때문에 본의 아니게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으나 현행 규정상 이들의 참정권을 구제할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법률 전문가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박연철변호사는 "국가가 투표를 하지 못하도록 강제한 것이 아닌만큼
국가나 회사 어디에도 법률적인 책임은 없다"면서도 "갑작스런 공무로
불가피하게 기권을 하는 경우를 위해 제도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김상철.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