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만에 부활된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유권자들의
얼굴에는 "드디어 우리도 본격적인 지자제시대를 맞이한다"는 뿌듯함과
설레임이 한껏 배어 있었다.

각계 인사들은 이번 선거에 대해 한결같이 역사적인 의미를 부여하면서
실질적 주민자치시대가 꽃피는 전기가 될 것을 희망했다.

그러나 각 정파가 지자제선거를 중앙정치의 연장선상으로 몰고간 점에
대해서는 적지않은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최용식씨(50.신생정밀 대표)=선거 운동이 정책 대결보다는 상대방
헐뜯기로일관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기성세대로서 자녀에게 창피한 느낌을 받았다.

새로 단체장으로 뽑힌 사람들은 행정에 기업경영방식을 도입,효율적인
행정을 펼쳐주기 바란다.

중소기업인으로 바란다면 간섭을 자제해주고 민원업무를 신속히
처리해주었으면 좋겠다.

<>김봉섭씨(34.회사원)=지자제시대를 꽃피우기 위해서는 단체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선행정이 시민을 복종시키려던 구시대적인 발상을 전환,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부문을 먼저 찾아 나서는 행정을 펼쳐야한다.

그러기위해선 공청회등 여론수렴채널을 다각도로 열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경씨(31.주부)=마땅히 찍을 후보가 없어 투표를 하지않았다.

정치 행정경험이나 인품면에서 적절한 인물들이 입후보하지않았다고
생각해서다.

구청장과 기초의원의 경우 홍보부족으로 후보자를 고를 재료가 부족한
것같다.

한꺼번에 4명의 일꾼을 뽑는 선거방식을 재고해봤으면 좋겠다.

민선 단체장의 경우 소속 당의 눈치안보는 일꾼들이 됐으면 한다.

<>윤 청씨(43.충남대 컴퓨터과학과교수)=이번 선거가 각 후보들의
정책적 이슈대결이 아니고 "정치바람"에 의해 진행된 것이 가장
안타깝다.

다음 선거부터는 당선된 사람들에 대한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루어질
것인만큼 지자제가 제대로 정착될 것으로 확신한다.

<>손성우씨(26.제일모직 인사팀)=민선기관장들은 대부분 정당에
소속돼 있고 정치인출신들도 많다.

그러나 민선기관장이 본연의 주민행정을 도외시한채 자신의 정치적
욕구만 추구한다면 지방자치는 전혀 순기능을 살릴수없을 것이다.

지방행정을 당리당략으로 악용하려는 자세를 가져서는 안된다.

<>정성묵씨(25.서울대대학원 수학과 2년)=지방자치의 주역은 주민이다.

그동안의 관치행정에서 벗어나 주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풍토를 마련해야한다.

또 주민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에 대해서는 정책입안단계에서
집행에 이르기까지 투명한 행정이 보장돼야할 것이다.

<>박종근씨(57.노총위원장)=민선기관장들이 풀뿌리민주주의 정착에
앞장서줄 것을 기대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지방행정의 민주화와 경쟁력확충을 통한 지역경제의
활성화이다.

행정력과 덕치를 조화시킬수있는 단체장의 의지와 능력이 절대필요하다.

<>김형돈변호사(35.한미합동법률사무소)=본격적인 지방자치제를 맞이해
이익이 상충되는 각 지방자치단체들간의 견제와 조정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며 새로운 정치환경에서 봇물 터지듯이 터져나올 지역이기주의가
걱정된다.

그러나 지방자치제라는 큰 흐름속에 이같은 부작용이 슬기롭게 극복
되기를 기대한다.

<>송선우씨(65.의사)=이번 선거로 중앙집중적 정치.경제.문화적 환경이
어느 정도 지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지방을 위해서 노력하는 지도자가 지방민을 위한 지방행정이
되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자칫 지역이기주의로 변질돼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제도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영섭씨(30.회사원)=지역이기주의와 나만 잘 되면 그만이라는
자기이기주의가 팽배한 상태에서 풀뿌리민주주의라고 하는 지방자치가
잘 운영될 지 다소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역사적인 지방자치시대를 활짝 여는 만큼 민주주의가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기 바라며 또한 시민들도 내손으로 뽑은 지역일꾼을 돕는다는
자세로 각종 행정에 적극 동참해야할 것으로 생각한다.

<>양승규교수(61.서울대법대)=지방자치선거에서 등권론이니 패권주의니
하는 시각들이 문제이며 지역이기주의를 넘어 지역의 특성에 따라 동등한
위치에서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국가사회의 발전에 공동으로 기여
한다는 관점이 필요하다.

특히 여당은 지역을 위해 많은 예산을 확보할수 있고 야당은 안된다는
식의 발상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