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에는 극단적인 사이버월드 옹호론자인 "사이버펑크족"과
이에 반대하는 "네오 러다이트족"이 세력 다툼을 벌이고 있다.

사이버펑크족은 이 세상 모든 일을 컴퓨터로 해결할 수 있다며
PC앞에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컴퓨터 통신망인 사이버 스페이스를 떠돌아다니며 동료들을
규합하고 매일같이 온라인 파티를 즐긴다.

또 컴퓨터로 처리된 정보들만을 사실로 받아들인다.

문학작품도 모니터로 읽고 음악은 디지털사운드가 아니면 탐탁해하지
않는다.

유일한 레저는 컴퓨터 게임이며 직접 얼굴을 맞대고 얘기를 나누기보다는
키보드를 두들기며 "채팅"하는 것에 익숙해져있다.

네오 러다이트족은 컴퓨터가 인간의 감성과 정을 말살시키는 존재라고
주장하고 온라인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바깥 넓은 세상으로 끌어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사이버콘서트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우드 스톡"류의 자연속에서
어우러지는 음악회를 함께 하자고 권유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랑방을 만들어 눈빛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또 컴퓨터 파괴를 통한 인간해방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전위예술
페스티벌이 네오 러다이트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들은 극단적으로 사이버펑크족에 대한 온라인 테러를 감행하기도
한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미국 뉴욕 사이버펑크족들의 온라인 파티를 주최한
호스트 컴퓨터가 갑자기 정지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대해 사이버펑크족들은 네오 러다이트 전위조직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반격을 선언했다.

인터넷 사용자들은 이같은 양대 세력의 충돌에 대해 걱정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이버스페이스에서도 극단적인 행동은 파괴와 상처만을 남기기
때문이다.

사이버 스페이스를 평온하게 지킬 수 있는 디지털 민주주의의 확립이
필요한 때다.

< 김승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