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에서 발생한 채권 위조 사건은 최근들어 국민주택채권등 만기가
긴 채권들이 시중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수 있다.

내년도부터 시행될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앞두고 분리과세 되는 장기채권을
선호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도 된다.

금융실명제 이후 숨죽이고 있던 자금들이 종합과세를 앞두고 대이동을
시작하는 와중에 발생한 사건이라는 데서 이번사건은 시중 자금 흐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민주택채 1종은 안전성 환금성 수익성이 좋아 이미 "채권의 귀족"이라고
도 불려왔고 다른 채권이 통장식으로 거래되는 것과는 달리 실물로 거래되기
때문에 위조의 가능성도 그만큼 높았었다고 할 수 있다.

실제 국민주택채 1종 채권은 올들어 가격이 크게 오르고 거래 역시 폭발적
인 증가세를 보여 채권시장에서 비상한 주목을 받아왔던 터였다.

여의도 증권가나 명동의 사채시장에 따르면 이채권의 하루 거래량은 최근
1백억원-1백50억원으로 지난해의 하루 평균 30억원 대비 4-5배의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여왔다.

최근 증시 주가가 하락세를 계속하고 있어 마땅한 투자대상이 없다는 점도
이채권에 대한 관심을 늘린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채권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올연초 14.25%이던 수익율은 최근 12.8%까지
떨어지는 강세 현상을 보여왔다.

이같은 수익율을 가격으로 환산하면 지난 4월초만해도 1만원당 6천5백50원
선이던 채권 값이 불과 2개월여 사이에 6천9백90원선까지 크게 올라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조6천9백어권 어치가 발행된 1종 국민주택채권은 만기가 5년에
표면금리가 5%로 각종 인허가, 아파트 등기시에 첨가소화되는 채권이다.

권종은 최고 1천만원권으로 지방채등 다른 첨가소화 채권이 십만원권
1백만원권등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발행되는 것과는 달리 보관이
용이하고 표면금리가 낮아 세금이 적다는 것도 최근 이채권의 매력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파트 청약시 채권 입찰 형태로 소화되는 2종 국민주택채권은 만기 보유시
세후 수익율이 7%에 불과하지만 1종 채권은 11.8%에 이른다는 점도 개인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겨왔다고 할수 있다.

재정증권이나 외환평형기금채 양곡채등이 실물없는 통장식 거래인데 비해
이채권이 실물로 거래된다는 점은 현금이 많은 개인들이 은밀하게 돈을
묻어둘 수 있는 대상으로 이채권을 선호하도록 해왔고 그만큼 위조가능성을
높였다고 할수 있다.

채권 위조는 지난 80년대 중반 2종 주택채권에서 발행연도가 변조된 사례가
있었으나 전면적으로 위조된 채권이 나타나기는 이번 사례가 처음이다.

채권 위조 사건이 드러난 23일에도 거래량은 다소 줄었지만 이채권을
사자는 주문은 계속 이어지는 양상을 보여 위조 파장이 시장에 주는 충격은
의외로 단기간에 수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권계는 그러나 1종 국민주택채가 이번 사건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적
으로 조명받게 된 터여서 당분간 대량거래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국공채의 금융기관 창구판매를 추진해온 정부로서는 이번 사건이
오히려 창구 판매 제도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정부로서는 이번 사건을 채권 유통질서를 개선하는 전기로 삼을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