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기공 프레스연구부 조성옥부장(44)은 여성으로서 프레스 개발 1인자가
된 여장부.

그녀는 여성과 프레스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듯한 관계를 훌륭하게 조화
시켜 나가는 "마법의 손"을 지녔다.

지난 74년 기아산업에 입사한후 기아기공으로 옮겨 남성들도 꺼리는 엔진
가공라인에 지원, "보호받는 여성"이 되기를 거부하면서 근성있는 엔지니어
의 길로 들어섰다.

그녀는 연구부에 배속된 뒤에도 결혼도 잊은채 프레스 개발하는 일에만
매달리는 투혼을 발휘, 당당하게 사내 유일의 여성부장 자리에 올랐다.

지금까지 그녀가 개발한 프레스만도 줄잡아 18가지.

수입프레스의 절반값에 국산프레스라인을 설치하게된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로서는 조부장이 사랑스러운 존재(?) 그자체일 수밖에 없다.

지난 91년 경상용차 타우너 라인에 설치할 1천5백t급 링크프레스의 국산화
에 도전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수입선인 일본측이 라인건설에 필요한 프레스 5대를 모두 구입하지 않으면
설비를 팔지 않겠다는 얕은 꾀를 부리자 여성특유의 오기가 발끈 치솟은
것이다.

그녀의 집념은 당시 수준으로는 어려우리라던 1천5백t급 링크프레스를
독자개발해내는 쾌거를 거두고야 말았다.

최근에는 선진기술을 답습하는 수준을 넘어 80t급 가변스트로크 펀칭
프레스를 개발, 일본으로부터 인콰이어리를 받기도 했다.

프레스 선진국인 일본으로의 역수출 꿈도 실현시킬 날이 머지않았다.

지난4월에는 프레스 국산화에 대한 공로로 과학기술상 시상식에서
과학기술처장관상을 받았다.

홍일점으로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받아주는 회사가 없어 낙담하기도
했던 그녀가 프레스 1인자로서의 명성을 공인받기에 이른 것이다.

조부장은 요즘 5대의 프레스를 거쳐야 가능한 작업을 1대로 처리할 수있는
대형 트랜스퍼 프레스 개발에 매달려 살고 있다.

그녀는 철판을 단숨에 자르고 구부려 놓는 억센 프레스에서 풍기는 이미지
와는 달리 "마음이 따뜻한 여자"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녀의 미소어린 입가에서는 "기아기공을 금세기내 세계5대 프레스
기술 보유업체로 발돋움시키겠다"는 포부가 거침없이 흘러나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