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타나베 미치오(도변미지웅)전일본부총리겸 외무장관의 망언이 한일양국
에 카다란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와타나베는 지난 3일 자민당 우츠노미야시지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한국을 통치한 적은 있으나 식민지 지배라는 단어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등 공식문서에는 어디에도 씌이지 않았다"며 이같이 강변했다.
이번 망언은 최근 일본우익세력의 극보수회귀 움직임과 함께 외무장관까지
지낸 인사의 입에서 나왔다는데서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한국외무부는 이와 관련,"와타나베의 발언은 일제36년의 식민지지배의
쓰라린 역사를 상기시키는 시대착오적 망언"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일본우익의 망언을 놓고 외무부가 이처럼 강도높게 비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외무부의 한 당국자는 "그 정도 역사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순수한 목적
으로 북한에 쌀을 지원하겠다니 웃기는 얘기"라며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일본의 이같은 망언은 그러나 한국정부의 규탄이나 사과요구만으론 막을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본극보수세력의 망언이 비록 최근들어 잦아지긴 했으나 그 뿌리가 매우
깊기때문이다.
일일히 열거하기도 어렵지만 일본은 지난 51년 당시 요시다시게루(길전무)
총리가 한국인을 지칭, "뱃속의 벌레"라고 말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3월
오쿠노 전법무장관의 "일본이 아시아를 백인의 식민지로부터 해방시켰다"는
망발에 이르기까지 역사인식을 결여한 말들을 서슴치 않고 내뱉어왔다.
그래서 이번 와타나베의 경우도 일본우익의 "망언시리즈"에 하나를 추가한
정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높다.
더욱이 최근에는 일본의회의 "부전결의"채택에 맞선 자민당일부의원을
비롯한 일본우익의 적반하장식 발언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주된 요지는 "태평양전쟁은 아시아해방을 위한 것이었으며 따라서 절대로
사죄할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껏 일본은 "언젠가 일본이 또다시 군사력을 갖추고 패권국가로 등장
할것"이라는 아시아인의 우려를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아시아인의 의혹은 "역설적으로" 일본인들의 "솔직한"
입놀림으로 인해 증폭되고 있다.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진정한 마음으로 이를 사과하는 것. 화해공존을
향한 유일한 이 길을 일본은 자꾸 피해만 가고 있다.
< 김정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