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소재 중소기업인 미래산업(대표 정문술)이 고급두뇌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대우를 선언하고 나서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회사는 전자 기계설계 소프트웨어분야의 석.박사급 연구인력 15명을
확보하기 위해 중소기업으로선 드문 대우를 제공키로 했다.

월급및 보너스는 국내 최고수준이라고 할수 있는 대기업그룹 기술연구소
수준으로 맞추고 여기에 주택자금 3천만원 무이자대출 과장진급시 엘란트라
급 승용차지급및 유지비보조를 내걸었다.

뿐만아니라 연구비는 마음껏 쓴뒤 사후결재를 받고 실패에 대한 책임은
묻지않으며 연구실과 작업환경은 예술적인 공간을 연상시킬 정도로 아름답고
깨끗하다고 밝혔다.

미래산업이 이같은 조건을 제시한데는 까닭이 있다.

이 회사는 반도체장비인 집적회로검사처리장치를 만드는 업체이다.

이 장비는 하루에 3천개의 반도체를 8개의 등급으로 분류 처리하는
기계이다.

첨단장비일뿐 아니라 반도체라인엔 없어서 안될 핵심장비이다.

이를 국내 반도체 3사에 납품하고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사와 대만등지
로 수출한다.

최근엔 유럽굴지의 기계업체와도 납품계약을 맺었다.

반도체산업이 호황이고 고부가가치 산업이다보니 매출도 93년 65억원에서
지난해 2백27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5월말까지 이미 2백80억원어치의 주문을 받았고 연말까진 4백50억
원을 내다볼 정도로 급신장하고 있다.

지난 4월엔 김영삼대통령이 직접 회사를 방문해 격려해 주기도 했다.

이같은 호황속에서도 미래산업이 속앓이를 하는 것은 고급두뇌의 유치가
힘들어서이다.

반도체장비는 반도체산업과 마찬가지로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고
일본과의 경쟁이 치열한 분야이다.

싸움의 성패는 고급두뇌 확보여부에서 결판난다.

하지만 중소기업 그것도 지방기업이라는 이유로 고급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신문등지에 여러번 광고를 냈어도 극소수만 확보했을 뿐이다.

이회사가 이른바 명문대출신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필요부문이 전자 기계설계 소프트웨어등 워낙 인기좋은 분야라
대기업들이 입도선매식으로 휩쓸어 가고 있다.

부천에 회사가 있을땐 이렇게까지 걱정을 하진 않았다.

서울 인근이라 인력확보가 훨씬 수월했다.

그러다 93년말 천안으로 옮기면서 문제에 봉착한 것이다.

현재 종업원 2백2명중 연구인력은 51명.

이들로는 부족, 몇몇 대학에 부탁해 석박사급 연구인력에 월급을 주는
조건으로 시간나는대로 개발에 참여토록 하는 고육책을 쓰고 있다.

"대기업에 들어가 부품으로 전락하기 보다는 중소기업에서 큰 뜻을 품고
일해볼 사람은 주저하지 말고 문을 두드리십시요"

정문술사장은 우수인력들이 패기있게 입사, 일본과의 치열한 경쟁을
승리로 이끄는 선봉장 역할을 해줄 것을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 김낙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