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크로이처소나타"가 흘러나오는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6층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장실.

4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음악당에서 독주회를 갖는 바이얼리니스트
김남윤씨(45.한국종합예술학교음악원교수)가 오랜 파트너 이경숙
원장과 연습하는 곳이다.

"요사이 천재소녀들의 연주가 각광받고 있지만 음악의 참맛을 알게
되는 것은 나이가 들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 "화려한 테크닉"의 시기는 지났습니다.

이제부터 나오는 것은 음악의 깊이겠지요.

청중들이 그 느낌을 공유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예술종합학교교수, 서울 챔버오케스트라악장으로 바쁘게 활동하면서도
매년 30여회의 연주회에 참가하는 김씨를 주위에서는 "수퍼우먼"이라고
부른다.

"물론 바쁘고 벅차지요.

하지만 시간이 많다고 연습이 잘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르친 학생의 연주가 향상되는 것을 보면 직접 연주할 때보다 더큰
흥분을 느끼기도 하지요.

또 실내악연주 때는 혼자하는 것보다 이렇게 더 좋을 수 있구나 싶어
행복감을 느낍니다.

이러한 자극들이 제 음악을 키우는 자양분이지요"

이화경향콩쿠르 특상, 동아음악콩쿠르 1위를 차지한 천재소녀시절을
거쳐 원숙한 바이올리니스트로 자리잡기까지 30년을 음악과 함께
지낸 그도 지난세월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고 말한다.

"하루 24시간의 2/3를 음악과 함께 보냅니다.

음악을 사랑하지만 실은 수십차례 슬럼프를 겪었어요.

함께 음악하는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극복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레퍼터리는 코렐리 "바이얼린소나타 제6번" 슈베르트 "화려한 론도
B단조" 베토벤 "바이얼린소나타 제9번 A장조 작품47"과 이영조씨
(한국예술종합학교교수)의 바이올린.

피아노이중주곡 "함께놀이".

"함께놀이"는 김씨의 위촉으로 작곡된 초연작.

김씨는 19일 호암아트홀에서 이경숙씨와 협연하는데 이어 7월에는
첼리스트 레슬리 파나스와 음반을 제작하고 9월에는 호주와 북경에서
독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