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 서평위원회 선정
저 자 : 찰스 헥셔
출판사 : 고려원


3부로 구성된 이 책의 제1부에서는 와그너법 체제의 생성과 쇠퇴의
과정을 예리하게 분석한다.

숙련공 중심의 직업별 노동조합이 비숙련공을 받아들이면서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환하였는데 바로 그 시기가 대량생산방법이 보편화된
때였다.

산업별 노동조합이 확산되면서 와그너법 체제가 굳혀진다.

와그너법 체제는 단체교섭이라는 대립적 구도로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힘의 균형을 이룩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경제환경의 급속한 변화로 오래 전부터 와그너법 체제는 그 기능이
쇠퇴해왔다.

대량생산방법은 와해되고 블루칼라의 비중은 격감했다.

산업은 소프트화하고 기업은 유연화되고 있다.

국제경쟁이 치열해지고 노조가 임금인상을 고집하면 기업은 해외로 탈주
하거나 폐쇄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환경보전과 소비자보호등 다양한 분야에서 집단적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노동조합의 목소리는 낮아지고 있다.

그 결과 노동조합의 조직률은 지속적이고 급격하게 저하되고 있으며 대립
과 투쟁을 일삼는 노동조합에 대한 여론조사결과는 매우 나빠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저자는 미국노동운동의 위기라고 표현하면서 위기에 대응
하여 지난 20여년간 모색되어온 새로운 형태의 기업조직과 작업현장에서의
노사협조, 그리고 노동자의 참여확대를 제2부에서 다루고 있다.

팀제도와 직무만족도의 증진을 통하여 종업원의 적극적인 공헌을 이끌어내
신명나게 일하게 하는 새로운 기업조직을 모색하려는 현상을 저자는 경영자
주의라고 부른다.

노동생활의 질 향상운동( QWL )등 노사협조 없이는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노조대표의 이사회참여로부터 현장의 각종 위원회에 노동자가 직접 참여
함으로써 헌신적 태도가 이루어지는 많은 사례를 분석한다.

이러한 변화도 한계가 있다고 본 저자는 제3부에서 산업별 노조가 결사체
노조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한다.

내부적으로는 다양화된 노동자의 요구를 수렴하고 아울러 외부집단의
지지를 규합하는 노동자의 새로운 대표체제로서 단체교섭이라는 대립적이고
투쟁적인 구도를 뛰어넘어 다양한 노동자가 참여하는 다자간 협상의 구도를
제의하고 있다.

미국의 노동운동과 노사관계구도가 오랫동안 대립과 투쟁의 성격을
지님으로써 미국경제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되었을 뿐아니라 노조 역시 크게
쇠퇴한 사실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는 이책은 87년 여름 이후 노사관계
의 격동기를 거치면서 대립적이고 투쟁적인 노동운동이 범람했고 지금도
일부에서 그러한 경향을 보이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이책은 경쟁시대를 맞아 미국의 기업과 노동조합이 참여와 협력이라
는 놀라운 변신을 이룩하고 있는 사실을 부각시키고 있어 최근 협력체제의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책은 미국통신노동조합연맹에 종사한 바 있고 하버드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찰스 헥셔교수가 88년에 쓴 것을 최근에 번역한 것이다.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전문용어에는 역주를 다는 성실한 번역이어서 노조
간부와 경영자, 노동행정가와 전문가에게도 쉽게 친숙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박 래 영 < 홍익대교수.경제학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