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계 과제중 하나였던 기보전산화작업이 시작됐다.

한국기원은 지난달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주)라인리그(대표 윤정수)와
기보전산화를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시스템개발에 착수했다.

개발일정은 우선 프로그램개발에 4개월이 걸린다.

이후는 데이터입력작업인데 역대승패입력에 8개월,90년이후 기보(약2천국)
입력에 1년,90년이전 기보(약1만1천국)입력에 4년이 소요될 예정이다.

개발계획은 세부분으로 나뉜다.

기전.대국.기사자료를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모델을 적용하여 관리하는
부분. 전문화된 기보입력기(Data Up Machine)부분.원하는 내용을 간단한
질의로 얻을 수 있는 질의/문답(Database Query)부분이다.

전산화가 완료되면 기사별.연도별.기전별성적은 물론이고 상대전적,
흑백번시승률,포석유형별승률,반집승부등 원하는 정보를 신속히 찾아볼수
있게된다.

전산화필요성은 3-4년전부터 제기됐으나 예산부족으로 미뤄오다 93년
현재현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구체화됐다.

늘어나는 정보를 수작업으로 처리하는데 따른 한계성이 커지고 오는
10월 바둑케이블텔레비젼의 방송시작으로 신속.정확한 통계처리의
필요성이 증대되었기 때문이었다.

향후 바둑정보사업을 하기위해 선결돼야할 기초작업이라는 의미도
컸다.

전산화는 다양한 정보욕구에 부응,바둑인구의 저변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기사들의 기력향상에도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최근 한국기사들의 경계대상으로 떠오른 고바야시 사토루 구단의
기보를 전부 호출해 연구,대국시 도움이 될 수 있다.

과학적인 기록관리로 세계대회선수선발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명도나 관행에 의하기보다 대국성적을 다각도로 분석,선발에 객관성을
기할수 있다.

시작이 반이라지만 장애도 만만찮다.

먼저 예산부족으로 작업기간이 길어지는 것이 지적된다.

자료입력작업이 지체돼 예정대로라면 6년후에나 완전가동이 가능하다.

또 서버컴퓨터로 펜티엄급을 사용하기로 결정돼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도 예상된다.

"최소한 워크스테이션을 사용해야 장기적으로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 개발담당자의 말이다.

애써 만든 전산화프로그램이 하드웨어의 미비로 제구실을 못할수도
있다.

수작업에 의존하던때의 기록보존 부실도 전산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
창고에서 흙먼지 쌓인 기록지들을 하나하나 챙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모든 종목에서 기록의 보존.관리는 발전을 가능케하는 필수조건이다.

프로야구가 인기를 끄는 이유도 철저한 기록관리에 힘입은 바 크다는
의견이 많다.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UNIX 시퀀트로 각종
데이타를 축적,분석하여 팬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최강실력에 최고기록관리가 더해지면 한국바둑의 경쟁력도 한단계
높아질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