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사장은 큰 지점의 지점장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영업을 중시한다는 얘기다.

지난달 중순 뉴욕에서의 코리아펀드이사회참석을 위해 출국한 D증권사의
K모사장은 회사임원에게 전화를 걸어 주식시장분위기및 실적등을 챙겼다.

약정이 주는등 실적이 악화되면 사장자리를 지킬 명분을 잃게된다.

사정이야 있겠지만 사장자리는 책임이라는 무거운 멍에를 항상 안고사는
자리다.

증권회사들의 주총시즌을 앞두고 사장들의 진퇴가 벌써부터 거론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증권사사장들이 활황이나 침체장세를 가리지않고 구두굽이 닳도록
뛰어다니는것은 더많은 수익을 내 흑자경영성과를 기록하기위해서다.

오랫동안 최고경영자의 자리를 지키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어쩌면
퇴직이 "실적때문"이라는 후배들의 수군거림이 듣기 싫어서라도
쓰러질때까지 뛰어야하는데 증권사사장들의 처지인지 모른다.

영원한 영업맨이라는 소리는 이 때문이다.

지난 62년 증권계에 몸담은후 34년째를 맞고있는 H증권의 S사장은
시장대리인부터 인수업무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영업활동을 해왔다.

70년대후반 시장대리인으로 활동할때는 D그룹의 대한통운에 대한
작전을 사전에 파악,고객에게 뭉칫돈을 안겨준 수완을 발휘하기도했다.

30대후반에 증권사사장이 된이후에도 영업맨으로서의 모습을 바꾸지
않고 끈질긴 근성을 보여 부하직원들의 존경을 받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증권회사는 말단직원부터 사장까지 영업맨으로써 "제2의 천성"을
갖춰 나가는 지난한 삶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는게 그의 지론.
영업제일주의로 23년동안 사장자리를 지켜온 셈이다.

지난해 4월 S증권의 사장에 오른 M사장도 탁월한 영업수완을 발휘하며
회사발전을 이끌고있다.

증권업계에선 "인수 채권 법인영업의 귀재"로 알려져있다.

증권사 영업은 직접 챙기지 않을수 없다는게 그의 경영관이다.

그룹회장이 본인에게 사장을 맡긴것은 더욱 열심히 영업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정도다.

M사장의 영업비결은 상대방에게 철저히 이익을 안겨주는 것이다.

자신을 위한 영업은 지양한다는 전략이다.

한번 맺은 인연은 결코 놓치지 않는다는 원칙도 불변이다.

지난해 3억달러규모의 주식예탁증서(DR)발행을 통해 한전주식을
뉴욕증시에 상장시킨 이가 바로 M사장이다.

전력시설확충을 위해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있었고 해외상장을 추진한다면
외국인 한도확대이전에 해야한다고 한국전력을 설득했다.

주간사임무를 맡긴다면 "이렇게 하겠다"는 깔끔한 제안서로 고객을
설득시켰다.

최근 최고경영자리에 오른 K증권의 L사장 역시 영업수완을 높이평가받아
발탁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 영업맨사장으로 하여금 회사발전을
꾀하려는 오너의 경영전략으로 받아들이고있다.

D증권 B사장은 최고의 영업맨이 되는 것은 지속적인 자기개발을 통해
이뤄진다고 말한다.

국제부문강화를 위해 B사장은 쉰이 넘어서야 영어회화공부를 시작했으나
각고의 노력을 한 끝에 이제는 외국어에 대해 어느정도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영업을 잘하기위해선 쉼없이 사회각계인사와 접촉하고 직원들과 호흡을
맞춰야하는 상황에서 벙어리는 쓸모없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영업은 모든 사장이 다 잘하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 잘했던 사람이 지금도 잘하고 말단직원일때 영업의식을 싹틔운
사람이 사장이 되어서도 훌룡한 영업맨사장으로 남을수 있다는게 업계의
오래된 시각이다.

< 이익원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