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초에 아이언을 바꾸었다.

골프숍에 들렀다가 마침 흥미있는 채를 발견, 써보고 싶은 욕망이
생긴것.

그 덕에 필자는 사용하던 아이언을 후배 법무관에게 물려주는 기쁨을
누릴수 있었다.

그때 법무관은 나에게 "골프를 잘하는 비결을" 물었고 나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변호사를 개업할 때의 일입니다.

별다르게 내세울 만한 경력도 없고 그렇다고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어서 살아갈 일이 막막하기 그지 없었읍니다.

그래서 신문에 개업인사를 낼때도 그 흔한 경력선전도 하지못한채
아래와 같은 다짐을 했을 뿐이지요.

''21세기! 모두에게 그의 몫이 돌아가는 사회!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자기의 정당한 권리를 누리는 권리의식과 그에 터잡은 행동력을
요구하고, 특히 법조인에게는 살아있는 법의 발견과 그 구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숱한 갈등과 방황끝에 변호사로서 여러분의 권리주장을 위한 충실한
도구됨이 저의 길임을 깨닫고 이제 막 법률사무소를 개설하였습니다.

이에 끊임없이 성원하여 주시기 바라면서 삼가 인사 올립니다"

그리고 이와같은 다짐의 실천요강의 하나로서 법정에 일등 도착하는
것을 다짐 했었습니다.

또한 매일 아침가게 될 골프연습장에도 일등 도착하리라고 다짐
했었지요.

왜나하면 대학 다닐때 도서관에 일등 도착했다가 마지막으로
나오겠다는 다짐이 결과적으로 졸업무력 사법시험합격이라는 결실로
연결 되었던 경험에 비추어, 그러한 생활태도는 최소한 삶의 안정감을
가져다 부리라고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일등을 하는 일이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법정에 일등도착하는 것이든 연습장에 일등도착하는 것이든 어느
것이나 도서관에 일등 도착하는 일만큼이나 부지런하고 성실하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그래서 일등을 한 경우보다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훨씬 많았답니다.

그렇지만 일등을 하지 않더라도 일등 도착하리라던 그러한 태도는
지금까지 한번도 변한 적이 없습니다.

그후 아직 10년이 되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저를 보고 골프를 잘한다고
말합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선배변호사님과 함께 연습장에서 골프를 제일
잘한다는 사람과 라운드를 한적이 있는데 운이 좋아 제가 3타를
이겼었어요.

그러자 18홀 그린을 떠나면서 그분께서는 그 정도의 골프실력을
유지하려면 일주일에 서너번은 골프장에 다녀와야 하지 않느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러자 선배변호사님께서는 "소변호사는 나보다 적게 골프장에 다녀요.

그렇지만 일년삼백예순날을 하루같이 매일 아침 연습장에서 살아요"
라고 대답하여 주셨습니다.

속으로 일주일에 세번씩이나 골프장에 갔다가는 굶어죽기 쉽상일
것이라고 중얼거렸답니다.

법무관님! 골프는 결코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골프를 잘 한다고해서 사람이 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당신이 사법시험공부를 하듯 성실하면 당신은 틀림없이
골프를 잘한다는 말을 듣게 될 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