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은행장치고 한가롭게 은행장실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틈만 나면 일선 영업점에 나간다.
아예 2-3일씩 지방순시에 나서고 있는 은행장도 상당수다.
그런가하면 신한은행은 거래기업체모임을 결성하기도 했다.
은행장들이 이렇게 바삐 움직이는 이유는 하나다.
어떻하든 중견기업을 거래처로 붙잡아두자는 목적에서다.
대기업들의 탈은행화가 지속되고 있는 마당에 튼튼한 중견기업을 잡지
못하면 뒤처진다는 절박감이 은행장들에겐 역력하다.
이관우한일은행장은 지난 26일 광주에 갔다왔다.
그곳에서 40여명의 거래 중소기업체 사장을 만났다.
그리고 그들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아울러 대출대상자의 자격완화와 신속한 대출을 약속했다.
이행장이 지방순시에 나선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14일엔 부산을,19일엔 대전을 방문해 비슷한 성격의 모임을
주선했다.
다음달 중순엔 대구와 강릉을 방문,중소기업체 사장들과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다.
나응찬신한은행장은 지난7일 서울힐튼호텔에서 한 조찬모임을 주재했다.
참석자는 1백25개 거래 중소기업체 대표.바로 "신한경영클럽"이 발족하는
모임이었다.
나행장이 이 모임을 만든 이유는 간단하다.
거래업체들에게 단순히 대출등 여신만 지원하는게 아니라 각종 정보도
함께 지원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른바 "토탈서비스"를 통해 은행과 기업이 함께 커나가겠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앞으로 매달 한번씩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은행이 분석한
기업정보 금리 환율동향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연내에 경영클럽의 회원기업을 3백개업체로 늘릴 계획이다.
나행장은 지난해에도 13개 거래기업체대표들과 함께 미국 모토롤라사
IBM등 우량기업체를 직접 돌아봤다.
물론 은행이 경비는 물론 일정을 잡았다.
이 자리에 함께 했던 기업체대표들이 대상기업체 수를 늘리자고 제안,
신한경영클럽을 상설화했다는게 신한은행의 설명이다.
손홍균서울신탁은행장은 지금 지방순시중이다.
지난 25일 출발했다.
이 기간동안 거래기업체도 방문하고 영업점개설행사도 갖고 있다.
이런 식으로 대구 포항 부산등지를 돌아봤다.
손행장의 지방순시는 오는 29일까지 계속된다.
4박5일동안의 지방순시는 은행장으로선 매우 이례적이다.
본점에 급한 일이 없어서가 아니다.
할일은 산더미같이 많지만 지방 거래업체를 돌아보는게 더 중요하다고
손행장은 판단하고 있다는게 신탁은행의 설명이다.
이우영중소기업은행장도 지난 25일과 26일 이틀동안 부산 경남지역
영업점을 다녀왔다. 다음달에는 광주지역도 방문할 계획이다.
이행장은 취임후 틈만나면 지방영업점에 나간다. 지난 93년 취임한 직후
전국 영업점을 돌아볼 정도였다.
은행의 특성상 중소기업과의 유대강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게
이행장의 생각이다.
이같이 은행장들이 중견.중소기업유치에 몸소 나서고 있는 것은
금융환경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대기업은 더 이상 은행에 기대려 하지 않는다.
은행이 힘주면서 장사하는 시대도 지났다.
그러자니 자연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이들 기업조차도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은행장들이 직접 나섰다.
이들은 직접 나서는데 그치지 않고 거래업체를 조직화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확실한 거래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일은행이 거래업체 자금부장을 "모시고" 동남아시아등
해외여행을 다년온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렇게 보면 이제 은행과 중소기업은 "2인3각경주"와 같이 뗄래야
뗄수 없는 관계로 접어든 것 같다.
그 중간에 서있는 사람이 은행장임은 물론이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