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최근 94년 노벨문학상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59)의 수상집
"애매한 일본인"이 일대 선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책은 오에 겐자부로가 노벨상수상기념강연등 외국에서 강연한 원고 9편을
모아 꾸민 것.

독가스사건으로 일본 전체가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이책은 일본인이란
대체 어떤 존재인가, 일본인의 정신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물음으로써
출간 3개월만인 4월말현재 40여만부가 팔리는등 베스트셀러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오에는 이책을 통해 자신이 살아오면서 겪고 느낀 일들을 솔직하게 고백
하고 있다.

특히 뇌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들을 키우면서 겪은 가족의 문제등에
대해서도 언급, 많은 일본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계적인 작가의 문학과 사생활이라는 두 가지를 함께 담은 이 강연집이야
말로 작가의 진면목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일본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는 것이 인기의 이유.

제목 "애매한 일본인"은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노벨상수상 기념식
에서 강연한 "아름다운 일본인"을 비꼰 것.

풍자적인 표제에서 나타나듯 일본인은 자기 스스로도 자신을 "잘알수 없는
애매한 존재"라는 것이 오에의 지적이다.

따라서 일본인이 자신의 실체와 일본의 정신을 바로 알려면 바로 이같은
애매함을 자각해야 한다는 것.

오에는 "오늘날 일본에 살면서 자신의 의식을 옛 가인과 선승의 미의식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고 밝힌다.

그는 일본인의 애매함은 개국이후 120년간의 근대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동양과 서양 어느쪽도 아닌 어정쩡한 입장에 서게 됐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근대화는 서구화일변도로 추진되어 왔으나 한편으로 아시아고유의
전통적인 문화를 지켜야 한다는 당위에 시달린 것도 피할수 없었다는 주장
이다.

근대이후 일본문화는 서구에 전면적으로 열려있지만 서구측으로 볼때는
언제나 이해할 수 없는 어두운 부분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 오에의 설명.

뿐만 아니라 일본은 아시아에 있어서도 정치 사회는 물론 문화적으로도
고립되는 이중성을 안고 있었다는 얘기이다.

게다가 일본의 경제적인 번영은 근대화과정중 만성적인 악습처럼 길러온
애매함을 가속화시킴으로서 결과적으로 더욱 새로운 양상을 드러내게 했다고
주장한다.

오에는 또 일본문학과 일본가족의 이중성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일본인의
애매성을 얘기하고 있다.

이책은 그러나 일부독자들의 반발도 사고있다.

애매함을 인식하는 것이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고 또
애매하게 살아가는 많은 현대 일본인의 약점을 찌르는 얘기일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견해이다.

오에 겐자부로는 1935년 일본 에히메현에서 출생, 1959년 동경대불문과를
졸업했으며 "사자의 사치" "개인적 체험"등 많은 장단편을 내놓았다.

< 오춘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