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이봉후 특파원]엔고대책이 실패하면서 일본정부가 큰 곤경에
몰리고 있다.

지난주 부랴부랴 내놓은 대책이 엔고진정책 이 아니라 엔고자극책
이 돼버린 때문이다.

최대야당인 신진당은 엔고재연을 계기로 엔고대책은 내각이 퇴진하는
것밖에 없다며 강력히 몰아부치고 있다.

신진당은 최근의 외환시세는 무라야마내각에 대해 국제사회와 시장이
불신임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엔시세를 달러당 1백엔까지
되돌리기 위한 독자대책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도 정부의 무능 을 비웃고 있다.

그런정도의 내용이라면 아예 내놓지 않은 것만 못하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일본산업계는 달러당 85엔이상에서는 지난해이상의 영업실적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비명을 올리고 있다.

국제사회의 반응역시 퉁명스럽기 그지없다.

엔이 아무리 올라도 구경만하고 있을 뿐 일본을 도와주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클린턴미대통령이 18일의 기자회견에서 "대일무역적자가 너무 크다"고
또다시 지적한 점은 미국등 여타선진국들의 협조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한다.

따라서 일본정부가 엔고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다시 독자적인
대책을 내놓는 수밖에는 없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현재로서의 대책이라면 두가지밖에 없는 듯하다.

첫째는 재할인율을 한차례 더 끌어내리는 것이고 또 하나는 무역흑자삭감을
위한 수치목표를 내놓는 것이다.

이들대책이 아니라면 세계각국의 투자자들에게 일본정부가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키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대책을 채택하는 것이 결코 쉬운일은 아니다.

우선 재할인율의 경우 현재의 수준이 연1%에 불과하기 때문에 더이상
끌어내린다는 것자체가 너무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재할인율을 0.5%수준으로 할 경우 강력한 의지를 보일 수는 있지만
앞으로 이를 더 끌어내리기는 완전히 불가능해진다.

돈을 쏟아붓는 시장개입 외에는 방법이 없어지는 셈이다.

일본은행으로서는 0.75%포인트나 끌어내리고도 시간이 늦어 효과를
못본 점이 뼈아픈 대목이다.

흑자삭감을 위한 수치목표설정의 경우도 관리무역으로 연결된다며
일본정부가 극력 반대해왔던 부분이다.

수치목표를 채택할 경우 일본의 대외통상협상정책은 기본틀이 완전히
깨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연립여당이 지난주 긴급대책에서 5년내흑자반감이라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관료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던 점이 이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어려움들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가 이들대책을 채택할
가능성도 결코 없지는 않다.

이번주들어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 막다른 골목까지 가게될 경우는
다른 선택의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정부가 어느정도의 엔시세를 막다른 수준으로 판단할 지가 주목된다.

(끝)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0일자).